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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정신의 지도

위험한 정신의 지도

  • 만프레드뤼츠
  • |
  • 21세기북스
  • |
  • 2010-08-10 출간
  • |
  • 269페이지
  • |
  • 141 X 220 X 20 mm /472g
  • |
  • ISBN 978895092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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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우리는 엉뚱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 그 모호한 경계를 완전히 뒤집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겐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강박과 집착이 존재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혹은 소속된 집단과 사회의 전통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특성상 주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늘 ‘평범한’ 내면을 끄집어내고, ‘정상’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일까? 정상 여부를 가리는 ‘표준안’이 존재하는 것일까? 다수라고 소수에 대해 ‘정상이다, 비정상이다’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길까? 아무리 뛰어난 담론을 소유한 전문가라 할지라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설명하기 어려우며, 설령 그러한 경계를 만들더라도 그것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독일의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만프레츠 뤼츠는 ‘위험한 정신의 지도(21세기북스|만프레드 뤼츠 지음|배명자 옮김)’ 에서 ‘비정상’은 평범하지 않은 모두를 미친 사람으로 낙인 찍고 싶어 안달이 난 미치도록 정상인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에서 나온 반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오히려 사회를 위협하는 쪽은 정신병자들이 아니라 히틀러와 스탈린, 김정일과 마오쩌둥, 디터볼렌과 패리스 힐튼 등처럼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는 다소 위험한 발상을 아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의 30년 경력을 대변해주듯 수많은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교황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정신분열증 환자, 자신이 ‘예언자 엘리아’라고 주장하는 과대망상 환자, 머리가 유리로 되어 있고 그 안에 작은 톱니들이 가득한 난쟁이를 보는 괴짜 환자, 의사를 제빵사라고 착각하는 귀여운 환자, 거실 빈 벽에서 노란색 그림을 보는 노인 환자, 전기경련요법으로만 치료받기 원하는 환자 등의 사례를 통해 다소 머리 아프고 무거울 수 있는 정신의학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누구나가 쉽게 읽힐 수 있는 내용인지를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동네 정육점 주인에게 내용의 난이도를 감수 받았다.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위험한 고민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과연 정상인가? 아니면 비정상인가? 정상이고 싶은가, 비정상이고 싶은가?”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이고 절대적인 사고를 가지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프레드의 말을 빌리면, ‘우리 모두는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웃는 표정을 보니 마음에 병이 있군요.”
풍자와 유머, 전 유럽을 강타한 만프레드의 발칙한 심리상담!

죽을 때까지 평범한 사람들은 정신과의사를 만날 일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삶은 비극을 낳는다. 정상인들은 평범한 삶이 너무 지루해서 복수, 전쟁, 약탈, 살인, 사기 등으로 긴장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은 겉으로는 정상으로 보여도 예측불허인 사람들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뉴스를 볼 때면 가끔씩 답답해한다. 뉴스 속에는 전쟁도발자, 테러리스트, 살인자, 경제사범, 냉혈인, 그리고 뻔뻔한 이기주의자들이 가득한데 아무도 그들을 치료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이 정상이란다. 나는 매일 병원에서 치매 환자, 의지가 약한 중독자, 신경이 예민한 정신분열증 환자, 심각한 우울증 및 조울증 환자들을 만난다. 그런데 뉴스를 보고 있으면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의 의심이 저 밑바닥에서 서서히 올라온다. 나는 엉뚱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정신병자가 아니라 정상인이 더 문제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위험한 정신의 지도’는 도대체 누구를 치료해야 하고, 왜 치료해야 하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유쾌하게 밝힌다.
1부 ‘정상인이 더 문제다’에서는 히틀러와 스탈린과 같이 미치도록 정상적인 광기, 튀지 않고 회색 쥐로 살아가는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 디터 볼렌과 패리스 힐튼 같은 극히 정상적인 정신박약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학살을 자행한 히틀러는 정신병자였을까? 그리고 온갖 이상한 행동을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패리스 힐튼은 정신병자일까? 이들의 행동은 정상인으로서는 절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히틀러와 패리스 힐튼은 정신병자가 아니다. 그들은 끔찍할 만큼 정상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정상인이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라고 만프레드는 말하고 있다. 2부 ‘우리는 엉뚱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에서는 진정으로 치료가 필요한 ‘미치도록 정상인’들은 치료하지 않은 채, 오히려 독특하고 환상적인 색깔이 있는 사람들을 엉뚱하게 치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잘못된 진단이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음을 알려준다.

“환청을 듣는 한 젊은 만성 정신분열증 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자신의 환청은 뭔가 도움을 청하는 이상한 내용이었지만 참 듣기 좋은 음성이라고 했다. 환자의 진료기록을 상세히 조사해보니 환청을 없애는 처방을 전혀 하지 않았고 처방을 하지 않은 근거 역시 타당성이 없어 보였다. 나는 환자에게 간단히 설명한 후 약을 처방했다. 다음 진료를 받을 때 환자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환자의 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심해져 있었다. 내가 환청이 그쳤는지 물으니 그쳤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환자는 늘 죽은 선생님의 상냥한 음성을 들었고, 그 선생님의 음성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음성이 사라져서 몹시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나는 환청을 없애는 방법과 그 방법을 정확하고 성공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운 대로 환자에게 적용하여 환청을 없애주었는데, 환자는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욕했다.”

이렇듯 저자는 자신이 만난 유쾌한 환자들에 대한 얘기들을 끊임없이 풀어놓으면서 환자의 섣부른 진단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환자가 중심이 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해준다. 3부에서는 뇌졸중, 중독, 정신분열증, 조울증과 우울증 등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사례들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저자는 그 특유의 ‘따뜻한 유머’를 잃지 않는다. 때문에 자칫 심각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은 유쾌하고 즐겁다.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희망차다.
정신과 병동의 환자와 특이한 사람들, 그들 대부분이 환자였던 시기는 아주 짧다. 아니 여기서 ‘그들’은 바로 ‘우리 모두’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인생의 맨 처음과 전성기, 그리고 말년에 한 번쯤은 정신병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돈의 팔촌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친척 중에 정신병을 앓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평생 혹은 아주 짧게 인간의 한계를 경험했던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숙고해야 할 때다. 발칙한 정신과의사 만프레드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속으로 추가]

이쪽 계통에선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이 다정다감한 정신과의사가 혼잣말처럼 슬쩍 흘린 얘기에 나는 충격을 받아 머리가 다 띵해졌다. 그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이 도대체 어떻게 정신분열증을 이겨냈는지 늘 신기하고 궁금하다고 했다. 프란체스코 성인이 정신분열증이라고? 온몸의 관절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프란체스코 성인을 언제나 높이 평가했었다. 아시시 지방에서 온 이 ‘걸인’은 중세의 상류층을 화가 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늘 생각하고, 새들과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이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맨몸으로 가출해서 거지로 사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신분열증이라는 표현은 좀 심한 거 아닌가? 나는 만인의 존경을 받는 이 가난한 성인의 널리 알려진 생애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정신의학적 용어로 설명했다. 진단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정신분열증이 맞는 것 같았다! 프란체스코 성인은 환청을 들었다. 자신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 환청은 정신분열증의 1급 증상이다. 그는 아시시 근처의 낡고 작은 성당에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의 교회를 다시 세워라!” 그는 이 말을 상징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말 그대로 ‘건설적으로’ 이해했다. 프란체스코 성인은 돌을 쌓고 또 쌓아 교회를 다시 세웠다. 젊은 사내가 누더기 옷을 입고 병원 입구에다 작은 교회를 다시 세우겠다며 돌을 쌓는다고 상상해보라. 지나가는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볼 테고 마침내 경찰이 출동할 것이다. 거기서 뭐 하느냐고 물으면 젊은 사내는 환한 표정으로 십자가의 명령을 들었다고 답할 것이다. 확언하건대, 우리 병원에 환자 한 명이 더 늘어날 것이다. 솔직히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사례다. 그렇지 않은가? (66-67쪽)

환자가 결정한 목표는 때때로 아주 독특할 수도 있다. 내가 젊었을 때 나는 아주 중요한 경험을 했다. 환청을 듣는 한 젊은 만성 정신분열증 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자신의 환청은 뭔가 도움을 청하는 이상한 내용이었지만 참 듣기 좋은 음성이라고 했다. 환자의 진료기록을 상세히 조사해보니 환청을 없애는 처방을 전혀 하지 않았고 처방을 하지 않은 근거 역시 타당성이 없어 보였다. 나는 환자에게 간단히 설명한 후 약을 처방했다. 다음 진료를 받을 때 환자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환자의 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심해져 있었다. 내가 환청이 그쳤는지 물으니 그쳤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환자는 늘 죽은 선생님의 상냥한 음성을 들었고, 그 선생님의 음성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음성이 사라져서 몹시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나는 환청을 없애는 방법과 그 방법을 정확하고 성공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운 대로 환자에게 적용하여 환청을 없애주었는데, 환자는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욕했다. 나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환자에게는 환청이 오히려 힘이 되었다. 선생님의 음성은 그 환자의 세계였고 그 속에서는 마냥 행복했다. 나는 환청이 다시 들릴 때까지 처방약의 양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얼마 뒤 환자는 만족한 얼굴로 나를 다시 찾아왔다. (97-98쪽)

밀턴 에릭슨의 치료 사례는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한 젊은 여인이 그에게 와서 전 재산이라며 돈다발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그 돈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면서 만약 치료에 실패하면 자살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의뢰는 누구나 거절하고 싶어한다. 자살이라는 다모클레스의 검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우스 1세의 행복을 찬양하는 아첨을 하자 디오니시우스 1세는 화려한 잔치에 그를 초대했다. 그러고는 말총 한 올에 칼을 매달고 그 아래에 다모클레스를 앉히고 권력자의 운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었다-옮긴이) 아래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남달랐던 에릭슨은 치료를 맡았다. 그 여인은 인간관계의 문제로 힘들어했다. 얼마 전에는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다고 말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앞니 사이에 벌어진 틈 때문에 인상이 나빠 보이고 심지어 험상궂어 보인다고 했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어떤 동료는 그녀를 마치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다 듣고 에릭슨은 여인을 데리고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에는 우물이 있었다. 에릭슨은 우물에서 물을 퍼 올려 입안 가득 물을 머금은 다음 앞니의 벌어진 틈새로 물을 뱉어 지정한 자리에 뿌려보라고 요청했다. 젊은 여인은 시키는 대로 했다. 처음엔 잘 안 되었지만 여러 번의 연습 끝에 마침내 매우 능숙하고 완벽한 솜씨로 표적을 맞추었다. 앞니의 틈새로 물을 뱉어 꽤 먼 곳의 표적을 정확히 맞추자 에릭슨은 그녀에게 두 번째 지시를 내렸다. 이제 그녀는 사무실 동료가 보는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니 틈새로 물을 뱉은 다음 재빨리 사무실을 나와야 했다. 과제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밑져야 본전이었다. 그녀는 에릭슨이 시키는 대로 했고 처음으로 동료와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 뒤로 둘은 더 자주 대화를 했고 마침내는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점점 더 자주 만났다. 치료는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났다. 여러 해가 흐른 뒤 에릭슨은 사진이 동봉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이 넷과 함께 찍은 행복한 가족사진이었다. 모두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진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보시다시피 네 아이 중 셋이나 틈새의 축복을 받았답니다!” 에릭슨은 이렇게 기발한 방식으로 환자를 속박에서 해방시켰다. 자살의 원인이 될 뻔했던 앞니 사이의 벌어진 틈을 오히려 축복으로 여기게 했다.
(116-118쪽)

나는 대학병원 정신과에 가서 50대 환자를 면담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지적 호기심이 넘치는 여섯 명의 의학도들은 그동안 배운 정신의학기술을 총동원하여 환자를 탐색했다. 환자는 매우 친절했고 면담에도 적극적으로 임했으며 우리가 이것저것 묻는 말에 취미는 뭐고, 대학은 어디서 다녔고, 직업은 공학자라고 막힘없이 척척 대답했다. 그러던 중에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아냈다. 그는 어쨌든 정신병 때문에 병원에 있었고 정신병은 곧 부부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우리는 그 부분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는 아내에게 쥐여살았고 그래서 늘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면담이 끝나자 환자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정중히 감사를 표했다. 교수는 우리가 진행한 면담 내용을 궁금해했다. 우리는 그 환자의 병이 부부문제에서 비롯한 정신병이라고 확신하며 관찰한 것들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그동안 배운 전문용어들을 써가며 감탄과 흥분상태로 보고하는 동안 교수의 반응은 점점 이상해졌다. 우리의 관찰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말하지 않고 야릇한 미소만 지었다. 우리의 흥분된 보고가 끝나자, 관찰한 모든 것을 보고한 게 맞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수는 환자를 다시 불러 친절하게 인사를 나누고 상투적인 몇 마디를 주고받은 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가 어디냐고 툭 던지듯 물었다. “호텔이잖아요.” 환자는 뭐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우리는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 우리가 정신병원에 있음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교수는 친절하게 계속 물었다. 환자는 현 수상의 이름도 몰랐고 날짜도 몰랐다. 그는 우리를 기자로 여겼다. 교수는 정중하게 대화를 끝냈고 환자 역시 정중하게 작별인사를 했다. 살짝 재미있어 하는 교수 앞에서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앉아 있었다. 환자는 상투적 대화와 간단한 이야기로 한 시간가량을 아무 문제 없이 자신이 치매 환자임을 감출 줄 알았다. 장기기억은 여전했으므로 몇 살이냐는 질문에 그는 1927년생이라고 답했다. 태어난 해를 말했지 나이를 말하지 않았다는 걸 우리는 눈치채지 못했다. 올해가 몇 년도인지 몰랐기 때문에 자기가 몇 살인지 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치매 환자들이 흔히 쓰는 속임수를 택하여 출생연도로 대답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치매 환자는 순진한 방문자를 한 시간 동안 속일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때때로 문제를 만든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헌신적으로 수발하는 사람 집에 얄미운 친척들이 방문해서는 할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말짱한데 수발이 어려울 게 뭐 있느냐고 말한다. 그리고 수발비용을 대지 않는 역겨운 핑계로 이용한다. 전쟁 때와 그 밖의 옛날 일들을 상세히 기억할 정도로 할아버지의 기억력이 대단한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할아버지의 기억력은 대단하다. 맞는 말이다. 그것이 치매 환자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내일이면 할아버지는 멀리서 친척들이 방문했던 일을 까맣게 잊는다.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단기기억력은 감퇴하고 장기기억력만 남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발이 필요한 것이다. (158-161쪽)

뭔가 의심스럽다. 이 책은 이상하다. 내 이름이 암호처럼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어떤 이야기들은 작가가 전혀 알 수 없는 내 개인적인 경험을 상기시킨다. 왜 하필 내가 이 책을 손에 들었을까? 생각해보니 서점 주인이 나를 이상하게 살폈다. 뭔가 숨기는 것처럼 웃지 않았던가? 내가 이 책을 읽도록 배후에서 조종한 사람은 누구일까? 도대체 왜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왜 하필 내가 정신병치료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할까? 나를 미치게 하려는 음모일까? 어떻게든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려는 걸까? 어쨌든 나는 지금 이 책을 계속 읽고 있지 않은가! 책을 읽다 보면 곧 비밀이 밝혀질까? 정신병치료의 안내를 읽고 있는 바로 지금, 누군가 들어와서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당장 병원에 가자고 하지는 않을까?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프다. 갑자기 왜 배가 아프지? 그러고 보니 이 방도 뭔가 이상하다. 창문 손잡이가 나를 가리키고 있다. 왜? 벽에 걸린 그림도 약간 기울어졌다. 내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걸까?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이 어떤 규칙에 따라 배열되었다. 또한 방금 전에 만났던 그 사람의 반응도 어쩐지 예전과 달랐다. 그가 한 말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잘 생각해보니 목소리가 약간 떨렸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책장을 넘겨야 한다. 왜 하필이면 지금 넘겨야 할까?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까? 지금 책을 덮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뭔가 끔찍한 일이 생길 거라는 느낌이 든다. 하긴 벌써 오래전부터 그런 기분이 들었다. …… 그럼 드디어 때가 된 걸까? 이제 곧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모든 것이 불안하다. 뭔가 비현실적이다. 예전과 다르다. 도대체 어떤 음모가 숨어 있는 걸까? 나를 해코지하기 위해 누군가 뒤에서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자는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이 모든 음모의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서점 주인이 신경이 쓰인다. 그는 정말 이상하게 웃었다. 틀림없이 그 뒤에 음모를 꾸미는 자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래 확실하다. 그가 모든 것을 조종했다! 그가 모든 것을 조종하여 내가 이 책을 읽도록 만들었다. 그는 나를 미치게 할 작정이다. 나를 좌절시키고 끝장낼 작정이다. 여기 방에도 어떤 알 수 없는 기술로 몇몇 이상한 장치를 해두었을 것이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레이저광선을 쏘고 있는지도 모른다.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의 음모에 그렇게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저광선 테러를 쉽게 당하지 않을 테다! 나를 미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 빌어먹을 서점 주인이 내 주변을 온통 미치게 만들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광기 어린 과대망상의 전개 과정을 경험했으니 말이다. (193-195쪽)

한번은 어떤 여성이 병원에 실려왔는데 한눈으로 봐도 조울증 환자라는 게 바로 보였다. 굉장히 쾌활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신경질적이었다. 신경질적인 조울증은 사실 다소 부담스러운 변종이다. 어쨌든 집에서 자주 난동을 부렸기 때문에 환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입원을 시켰다. 우리는 그녀를 특별히 좋아했다. 그녀는 환상적인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며 독특한 질문을 했고, 곤란하게도 종종 우리 중 한 사람의 정체를 밝히는 적나라한 지적을 했으며 온갖 장난으로 병원 전체를 마구 뒤섞어놓았다. 당연히 우리는 그녀를 잘 치료했고 상태도 호전되었다. 그때 환자는 병원 주변을 산책하고 싶다고 청했고 별다른 일이 생기겠나 싶어 산책을 허락했다. 그러나 환자가 말하는 ‘병원 주변’이라는 것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주 넓은 지역이었음을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한 시간쯤 후에 근처 부대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부대 전체가 현재 1급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 ‘탈출한’ 환자가 지금 책상 위에서 춤을 추고 있으니 빨리 사람을 좀 보내 환자를 다시 ‘수용소(그가 말하는 수용소란 바로 우리 병원을 뜻하는 거였다)’로 데려가 달라고 다급하게 부탁했다. 우리는 상냥하고 부드럽기로 유명한 간호학과 실습생들을 부대로 보내 조용하고 편안하게 환자를 다시 데려오게 했다. 생각할수록 너무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환자는 소풍을 맘껏 즐겼고 부대 전체는 바짝 긴장하여 있는 대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완전 무장한 군인 500명이 춤추는 여자 환자 한 명 앞에서 쩔쩔매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보라! 그 후로 나는 독일 군대의 방어력을 더는 믿지 않는다. (231-232쪽)

책의 끄트머리까지 따라온 당신은 이제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나는 정상인가, 아니면 비정상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정신과의사인 내가 확실히 도움이 되겠다. 때때로 나는 진료할 때 이렇게 못을 박아둔다. “누가 정상인지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납니다!” 당연히 듣는 사람이 유머를 좀 아는 사람일 때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당신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음’을 유쾌하게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당신은 비정상에 속한다. 이 책을 샀다는 사실이 벌써 소수집단에 속한다는 걸 의미하고 있다. 게다가 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은 정말 정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까지 책을 읽었다면 당신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만약 정상인이 문제라는 이 책의 명제에 당신도 동의한다면, 바로 당신 때문에 인류는 희망이 있다. (266쪽)


목차


추천의 글ㆍ8
옮긴이의 말ㆍ12
프롤로그ㆍ16

PART·1·정상인이 더 문제다
01. 광기
: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 ·27
극히 정상적인 광기의 주인공, 히틀러와 스탈린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

02. 골빈 사람들
: 우리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 ·43
극히 정상적인 정신박약자들, 디터 볼렌과 패리스 힐튼
여성은 설거지를, 남성은 혁명을!

PART·2·우리는 엉뚱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01. Why
: 살짝 돈 것도 돌기는 마찬가지 ·65
정신과의사가 미치면?
철학을 모르는 정신과의사
치료할 수 있다, 치료할 수 없다
정신과의사에게 진정한 친구가 없는 이유

02. Who
: 사람마다 미치는 원인은 다르다 ·84
유용한 치료 관점들
심리학이 모르는 것

03. How
: 정신병원 치료의 센스와 난센스 ·101
웃는 표정을 보니 마음에 병이 있군요
공포증을 빨리 없애는 방법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견뎌냈습니까?
스티브 드 세이저의‘기적의 질문’
고칠 수 있는 병인가요?

PART·3·발칙한 만프레드식 치료
01. 뇌의 손상
: 머리에 충격을 준다고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139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뇌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
만성 골칫덩이 알츠하이머
치매환자가 주는 값진 통찰

02. 중독자들의 변명
: 근심을 덜기 위해 마신다 ·163
중독감지기 3종세트
정신병원과 마피아의 공통점
거룩한 맹세는 중요하지 않다
예민한 중독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

03. 정신분열증
: 방황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병 ·191
정신의학이 저지른 못된 장난
끔찍한 질병이 끔찍함을 잃었다
세상의 엄마들을 자살로 이끈 사건
정상인에 대한 모든 착각

04. 조울증과 우울증
: 하늘을 찌르는 환호, 죽은 자를 위한 애도 ·214
너무나 주관적인 병, 우울증
충동적 자살을 막아라
정신과의사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병, 조울증
흑백의 평범한 삶 VS 다채로운 삶

05. 인간의 다양성
: 우리가 아직도 천국을 꿈꾸는 이유 ·236
정신과의사와 정신병자의 차이는 가운뿐이다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병
가장 스펙터클한 장애, 지킬박사와 하이드
정상인이 발명한‘행복’

에필로그ㆍ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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