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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레인

빅 브레인

  • 게리린치 ,리처드그레인저
  • |
  • 21세기북스
  • |
  • 2010-02-18 출간
  • |
  • 300페이지
  • |
  • 152 X 224 mm
  • |
  • ISBN 9788950919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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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천재 뇌과학자들의 상식을 뒤집는 도발적인 통찰
인간의 뇌는 어디로부터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가!

미국의 인류학자인 로렌 아이슬리는 1958년 펴낸 저서 ‘거대한 여행’에서 호미니스(hominid, 사람 및 사람 비슷한 동물을 통틀어 명칭) 중 하나인 보스콥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먼 미래에 죽어가는 지구의 황량한 도시를 배회하는 가련한 표정의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두개골은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오늘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까마득한 옛날에 죽은 자의 유골이다. 이 두개골은 현대인의 풍자화처럼 보인다. 원시성 때문이 아니라 놀랍게도 자신의 시대를 넘어서 현대성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존재는 사실 신비에 싸인 예언이자 경고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미래의 인간을 상상하던 순간에, 그들은 이미 지구상에 태어나서 살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을 독보적인 존재로 여겨왔다. 큰 뇌와 언어능력, 그리고 높은 지능 덕분에 지구상 모든 동물 위에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종 사이에서 뇌의 크기의 작은 차이가 지능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과학을 통해 증명해왔으나, 이에 반해 다른 종들과 비교했을 때 인간이 몸에 비해 가장 큰 뇌의 용량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내어 독보적인 인간의 지능을 증명하곤 했다. 유전자를 98.4% 공유한 침팬치의 뇌조차도 인간의 뇌보다 3배 이상 작아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여기서 현대인의 뇌가 진화의 결정체라는 오랜 믿음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나타났다. 약 1만 년 전 아프리카 평원을 누비고 다녔던 호미니드 중 하나인 보스콥인의 뇌가 인간보다 30퍼센트나 컸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왜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지녔던 그들이 진화의 마지막 승자가 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빅 브레인(게리 린치?리처드 그레인저 지음, 문희경 옮김, 21세기북스 출간)’은 이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제시한다. 보스콥인들의 지능과 문화, 환경 등을 인간과 비교하면서 어떻게 조상들의 뇌가 커지기 시작했고, 뇌 기능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지금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밝혀나간다. 아울러 현생인류보다 큰 두개골을 가지고 있던 보스콥인의 뇌를 재현하면서 당시 보스콥인보다 낮은 지능을 가졌던 인간이 어떻게 진화의 최종 승자로 남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까지 원시인부터 현대인까지 인간이 비교적 직선적으로 진화해왔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인류가 처음부터 실패를 거듭하고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서 뚜렷한 목표도 없이 배회하다가 갑작스러운 도약을 통해 발전했다는 과학적 추론을 제시한다. 즉 현생인류가 나오게 된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신경과학 분야에서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천재과학자 게리 린치와 리처드 그레인저는 현생인류가 출현하기 이미 오래 전에 지구상에 살다가 사라진 보스콥인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의 뇌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알아가면서 정신의 힘을 제약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한다. 우리는 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통찰력과, 역사, 과학, 인공지능, 기억, 언어, 신경과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최신 이론을 통해 제시하는 인간 지능의 미래에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 과학, 인공지능, 기억, 언어 신경과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뇌의 비밀을 풀어내

이 책은 두개골, 유전자, 뇌, 인간과 침팬지의 마음에 관한 지식, 더 나아가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의 마음에 관한 지식을 활용하여 보스콥인의 뇌 구조를 그려보고 그들의 마음을 추측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인간의 뇌와 능력에 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놀라운 사실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마음은 뇌의 작용이고 뇌 회로는 단순하다는 주장을 피력한다.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텔레비전이나 아이폰의 회로를 분석하듯 뇌 회로를 제대로 파악하면 뇌 회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하고 뇌 회로의 한계와 결함을 진단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수리할 수도 있다. 즉 뇌의 컴퓨터 조작 기능에 관한 이해가 핵심인 것이다. 3장에서는 인간의 뇌와 신체를 만드는 모든 정보는 유전자에 담겨 있으며 진화의 혼란스럽고 다양한 측면을 유전자 구성의 제약에 대한 이해를 통해 파악하려 한다. 4장에서는 뇌의 여러 영역을 소개하고 각 영역의 기원과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5장에서는 인간 뇌의 가장 큰 영역인 신피질을 자세히 살펴보고, 신피질이 어떻게 작용하고 학습하는지 이야기한다. 또한 6장에서는 후각계처럼 원시적인 뇌 조직이 어떻게 오늘날 인간의 뇌로 진화했는지에 관해 다루고 있다.
진화의 결과인 뇌 조직은 어떻게 기능할까? 무엇보다 어떻게 단순한 지각과 운동을 뛰어넘어 복잡한 사고가 이루어지는 조직으로 진화했을까? 7장에서는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뇌가 커지면서 인간은 원시적인 사고 능력을 뛰어넘어 현대인 수준의 계획, 추론, 추상화, 언어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또한 8장에서는 뇌라는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에서 어떻게 수준 높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뇌마다 차이를 보이는 이유와 개인과 집단의 다양성이 나오는 이유를 9장에서 밝히고 있다. 더 나아가 생물의 개체군이 서로 다른 이유를 10장에서 추가 설명한다. 인류의 조상은 누구이고,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했을까? 11장에서는 인류의 조상인 초기의 호미니드를 소개하고 400만 년 동안 뇌의 크기와 능력에서 일어난 비약적인 발전 과정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12장부터 14장에서는 인간의 뇌와 다른 영장류나 호미니드의 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인간과 영장류나 호미니드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호미니드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을 이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책속으로 추가

다른 신체 부위처럼 뇌 용량도 몸집에 비례한다. 몸집이 크면 눈과 발과 골격이 커지듯 뇌도 커진다. 하지만 동물들 중에는 신체 일부의 크기가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동물도 있다. 기린의 목이나 호랑이의 이빨, 코끼리의 코가 좋은 예다. 따라서 몸집에 따른 신체 부위 크기의 비율을 측정하면 대체로 비례하지만, 비례를 벗어나는 부위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인간의 눈과 발과 골격은 정상 수준이다. 그러나 몸집이 비슷한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인간의 뇌는 지나치게 큰 편이다. 크기만 보면 코끼리의 뇌보다 작지만 전체 몸집에 비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시 말해서 격에 비해서 뇌 용량이 크다는 뜻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으로 침팬지가 있다. 침팬지와 인간의 몸집이 대략 비슷하다고 보면, 인간의 뇌는 약 350cc로 침팬지의 뇌보다 세 배 이상 크다. 신체질량이 같은 경우, 인간의 가 평균 비율의 세 배 이상 큰 것이다. 대단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뇌 용량과 체격의 비율을 도표로 정리해보면, 대부분의 동물은 예상 수준에 가깝지만 인간만 크게 벗어난다(166쪽 <그림 11.1> 참조). 이로써 뇌를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기관으로 간주할 수 있다. (19쪽)

이 책에서 우리는 인간과 영장류의 미미한 차이와 큰 유사성을 밝히면서 뇌의 용량이 어느 수준을 넘을 때 특정 능력이 나타나는지 알아볼 것이다. 물을 99℃까지 끓이면 그저 뜨거운 물이지만, 단 1℃만 더 높이면 새로운 특질이 생긴다. 그리고 인간의 뇌가 어떻게 변해왔고, 어떤 원리에서 변화가 일어났는지 설명할 것이다. 같은 포유류 안에서는 뇌가 클수록 새로운 능력이 추가된다. 개는 쥐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침팬지는 나무늘보보다 뛰어나며, 인간은 원숭이보다 뛰어나다. 그러면 보스콥인도 인간보다 뛰어났을까?
화석을 보면 보스콥인의 뇌는 인간의 뇌와 거의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고 크기만 컸다. 보스콥인이 인간보다 똑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보스콥인의 종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인류의 직계 조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인간의 뇌가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아니면 인류의 친척으로 동시대에 살았던 아종亞種, 즉 인간의 사촌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뇌가 컸다면 지능도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원숭이보다 똑똑한 것처럼 보스콥인도 인간보다 똑똑했을 수 있다. (22-23쪽)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가설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뇌가 (주로 우연한) 생물학적 이유에서 커지고, 뇌가 커지면서 행동도 바뀐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게놈에서 우연히 변이가 일어나면서 뇌가 커졌을 수도 있다는 가설은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뇌가 커지면 비용이 늘어나는데도 변이가 계속 일어날 필요가 있었을까? 바로 이 질문에서 행동 이론이 나온다. 사회학에서 언어학에 이르는 여러 분야의 특정 행동에 대한 ‘욕구’나‘ 압력’때문에 뇌가 커진 것은 아니다. 우연히 뇌가 커졌다가 효용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우연히 커진 뇌에서 뜻밖에 효용성이 발견됐고, 효용성이 크기 때문에 늘어난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큰 뇌가 선택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은 그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다. 뇌가 우연히 커졌고 예상하지 못한 행동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면, 이렇게 우연히 발생한 사고에서 지극히 적응적인 행동이 나타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이 곧 이 책의 주제다. 이 책에서 우리는 본성(유전에 의한 선천적 능력)이냐, 양육(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습득한 능력)이냐의 문제를 앞서 제시한 일련의 사건을 중심으로 탐색한다. 요컨대, 1) 우연히 커진 뇌, 2) 예상치 못한 행동의 효용성, 3) 뇌의 지속적인 팽창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기본 원칙은 변함없다. 진화에서 큰 뇌가 유용한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엄지손가락의 위치와 방향이 약간 바뀌었다고 해서 손재주가 늘어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히려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작은 변이로 인해 작지만 유용한 변형이 일어났다. 모든 포유류의 뇌 유전자 프로그램은 거의 동일하다. 유전자 몇 개의 수천 가지 모듈에서만 일어난 수천 가지 변이로 인해, 모든 포유류의 뇌가 결정된다. 미세한 유전자 변이만 일어나도 체격이나 팔다리나 뇌가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 특히 임신 기간이 조금만 길어지거나 짧아져도 태아의 뇌 크기가 영향을 받는다. 뇌 발달은 대부분 태아의 후기 발달 과정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65-66쪽)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영화가 한 편 있다. 1950년대에 제작된 <금지된 세계>라는 영화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인 뫼비우스라는 광기 어린 과학자는 그의 이름을 붙인 뫼비우스 행성에서 고도로 발달한 종족이 대단한 시스템을 개발한 사실을 알아낸다. 그것은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그 생각을 물질로 변환하는 시스템이다. 어느 연구자가 우주선을 타고 이 행성으로 들어간다. 그는 신성한 종족이 남긴 시스템을 활용하여 보통사람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까지 지능을 끌어올린다. (신의 것을 훔친 모든 인간의 운명이 그러하듯) 이 연구자는 죽기 직전에 마지막 숨을 토해내면서, “괴물, 뫼비우스, 이드의 괴물!”이라는 말로 고도로 발달한 종족의 멸종에 관한 놀라운 진실을 흘린다. 사실인즉슨 이러했다. 뫼비우스 행성에 살던 종족은 아주 오래 전에 대단한 시스템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날 밤 모두 잠든 사이에 뇌의 원시적인 부분, 곧 프로이트가 말하는 이드가 주도권을 쥐고 문명의 덮개에 억눌려 있던 증오와 욕정을 현실에 살려냈다. 그리하여 단 하룻밤 사이에 자멸하고 만 것이다.
이 영화는 뇌에 관한 일반인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흔히 피질 밑에는 파충류 같은 추악한 충동을 지닌 원초적이고 사악하며 억압된 부분이 자리 잡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뇌의 중요한 구조는 먹장어의 뇌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우리 안의 괴물은 파충류가 아니라 어류에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어떤‘특성’을 지니든지, 하위의 뇌는 항상 피질과 경합을 벌인다. (119-120쪽)

기억은 서가에 꽂힌 책처럼 완결된 상태로 저장되지 않는다. 뇌의 연결 경로를 따라 여기저기 이동하는 도중에 기억이 재구성된다. 한마디로 기억은 뇌의 연결 경로를 따라 서서히 ‘조합’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뇌 구조는 우리가 흔히 비유하는 대상과 비슷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화선과도 닮지 않았고, 인터넷과도 다르고, 컴퓨터와도 다르다. 오히려 주워 모으기 게임scavenger hunt에 가깝다. 이는 주어진 경로를 따라 단서를 찾으며 조합하는 놀이로, 이전으로 돌아가서 단서를 찾으라는 지시사항이 나오기도 한다. 유명한 신경과학자 찰스 셰링턴 경Sir Charles Sherrington은 뇌를‘수백만 개의 베틀이 깜박이면서 복잡한 패턴을 짜는 마법의 방’에 비유했다. 기술적으로 비유하자면 뇌는 조면기와 구식 물레를 결합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여러 영역을 돌아다니면서 원료를 하나씩 주워 한데 엮어 기억이라는 실을 짜내는 것이다. 이때도 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간혹 되돌아가서 다른 통로로 들어가 다른 장소에서 새로 원료를 주워서 실을 짜낼 수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는 반짝이는 빨간색과 부드러운 곡선을 보고 사과나 스포츠카를 떠올릴 수 있고, 이렇게 떠오른 형상이 다시‘역행 활성화backward activation’를 유발하여, 시각장을 거슬러 올라가 추가로 필요한 정보(줄기나 잎, 바퀴나 자동차 흙받이)를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비유를 연결시키려면 도서관에서 주어진 미로를 따라 단어와 페이지를 수집하여 점차 풍성하게 책으로 엮어내는 모습을 상상해봐야 한다. 그러나 뇌의 책은‘책’이 만들어지는 마지막 ‘단계’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뇌 경로의 도중의 책장에 흩어져 있다. 책 한 권이 완성될 때까지 도서관을 헤집고 다니면서 책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140-141쪽)

캐나다 심리학자 레오 스탠딩Leo Standing은 기억의 용량을 검증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심리학과 학생들을 모아서 5초 간격으로 사진 100장을 보여주었다. 1주일 후 학생들을 다시 불러 지난번과 같은 사진에 새로운 사진 100장을 섞어서 제시하고, 지난번에 본 사진이 나오면 단추를 누르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은 1주일 전에 단 한 번 5초 동안만 보았는데도 90장 이상을 정확히 알아보았다. 스탠딩의 연구 과제는“사진 몇 장을 보여주면 잊어버리기 시작하는가?”였다. 스탠딩은 다시 한 번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사진 1000장을 제시했다. 이번에도 5초 동안 보여주고 며칠 후에 학생들을 다시 불렀다. 놀랍게도 학생들은 90퍼센트 이상을 정확히 알아보았다. 그래서 다음에는 수를 대폭 늘려보기로 했다. 2000장이나 5000장이 아니라 한 번에 1만 장을 제시한 것이다. 역시 사진 1장을 5초 동안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학생들은 90퍼센트 이상 정확히 알아보았다. 스탠딩은 실험을 포기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사진 1만 장의 학습Learning 10,000 pictures>이었다. 사진 10만 장이나 100만 장을 제시할 때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억의 잠재력은 놀랍고 방대하며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100살까지 살면서 하루 12시간 동안 1분에 사진 한 장씩 기억한다면 총 2500만 장 이상을 기억하게 된다. 그 많은 사진을 모두 기억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억 용량이 커서 평생 줄기차게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기억 용량은 남아돌 만큼 충분하다. (188쪽)

인간은 방대한 기억력 덕분에 긴 배열을 불러내어 재배열하고 추가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회상할 수도 있다. 또 감각적 이미지를 강렬하게 다시 활성화시켜 원하는 대로 환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인간 지능의 핵심은 바로 과거의 경험을 조작하여 다양한 결과를 내놓는 능력이다. 미리 계획을 세우는 일상적인 능력에서 복잡한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놀라운 능력에 이르기까지, 모두 같은 유형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의사소통 통로에 의존한다. 긴 에피소드에는 남다른 특징이 있다. 인간은 자기에게 유리한 관점에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카메라로 찍는 것처럼 뇌 경로의 배열을 연결한다. 연속적인 기억의 이면에서 배회하는 보이지 않는 관찰자를‘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관찰자의 눈으로 장터, 파리의 거리, 기차역을 본다. 이런 능력 역시 큰 뇌를 가진 인간 특유의 기억 잠재력의 핵심일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았고, 우리보다 더 큰 뇌를 가진 누군가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었을지 모른다. (189쪽)

진화 연구의 역사는 매력적이고 거부하기 힘든 믿음에 사로잡혀왔다. 말하자면, 거대한 진화의 수레바퀴는 점차 복잡한 방향으로 굴러가서 이전보다 발달한 동물이 출현한다는 믿음이다. 다윈 이전의 진화론은 이런 믿음에서 발전했다. 사실 다윈(과 월리스)의 위대한 공헌은‘진보’라는 개념을 버리고 우연한 변이에 의해 다음 단계가 선택된다는 개념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진보의 개념을 완전히 떨쳐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종착점이자 최선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쉽게 떨쳐낼 수 있겠는가?
보스콥인은 진화론의 일반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증거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뇌가 크고 따라서 지능도 높았을 인류가 아프리카 남부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살았지만, 결국에는 뇌가 작고 지능이 높지 않은 호모 사피엔스, 즉
우리 인간에게 밀려나고 만 것이다.(202-203쪽)

마음을 가로지르는 경로는 뇌의 해부학적 연결 경로에 의해 결정된다. 신호는 특정한 경로로만 흐를 수 있고, 기존 경로를 따라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뇌 경로의 배열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재능이 결정된다.
다양한 경로 배열을 보유한 성공적인 유기체의 선례에 따라 경로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선택될 것이다.
도서관에 비유해보자. 어떤 서가로 가는 통로는 다른 통로보다 자주 이용된다. 예를 들어, 도서관 이용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보면 서쪽 끝에 위치한 대중소설 서가로 연결된 통로에는 동쪽 끝에 위치한 정치학 서가로 연결
된 통로보다 이용자가 자주 드나든다. 하지만 이 경로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현실도피 풍조가 만연한 시대에는 소설을 많이 찾지만,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치학 서적을 많이 찾을 것이다.
특정 상황에 적합한 뇌 경로가 있다.‘최적의’경로였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새로운 작업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경로의 설계만 가지고는 최적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최적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하나의 설계는 특정 작업에만 최적이 된다. 따라서 목표나 기준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최적이라는 말도 성립되지 않는다. 한 모집단에는 뇌 경로 배열이 조금씩 다른 다양한 개인과 하위집단이 포함되는 게 가장 유리할 것이다. 뇌 경로 배열이 다르면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는 능력도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작업을 미리 정확하게 지정하지는 못해도, 다양한 뇌가 분포하면 같은 종류의 뇌만 모여 있는 집단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뇌가 커지는 사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고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뇌 경로 배열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큰 뇌를 지닌 호미니드가 출현했다. 유전자에 미세한 변화만 일어나도 뇌 경로 배열이 쉽게 바뀌지만, 이런 변화가 인지능력과 선천적 경향성과 재능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뇌 경로 배열에 변화가 일어났다 해도 화석에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에서도 취향과 선천적 경향성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변화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래도 뇌 경로 배열의 변화는 수많은 호미니드가 출현하는 사이 뇌 변화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었을 것이다.(238-239쪽)

개는 온순하고 길들이기 쉽고 훈련시킬 수 있고 신의가 두터우며 인간의 오랜 친구이지만, 개가 늑대였던 시절에는 예측할 수 없고 영리하고 사납고 위험한 포식자였다. 늑대를 가축으로 길들이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를 두고 논쟁이 있어 왔다. 인간이 처음으로 늑대를 길들인 때는 언제였을까? 콜리와 푸들이 나오기까지 몇 세대에 걸쳐 선택교배selective breeding가 이루어졌을까?
인간과 늑대가 처음 만난 때로 돌아가 보자. 처음으로 친근하게 교류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늑대가 개라는 새로운 유전자 풀로 진화하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쳤을까? 최초의 늑대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개처럼 생겼을까? 처음부터 인간과 가까운 늑대와 덜 가까운 늑대가 존재했을까? 인간과 가까운 늑대에게서 나온 새끼도 인간과 가까웠을까? 아니면 새끼는 달랐을까? 개는 늑대보다 더 영리했을까? 덜 영리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 질문에 관한 실험이 실시됐다. 구소련의 과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Dmitry K.Belyaev는 1950년대 유전학과 동물의 품종개량에 관심을 가졌다. 구소련은 벨랴예프의 관심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연구를 방해했다. 벨랴예프는 시베리아 오지로 이주하여 터무니없어 보이는 야심찬 연구에 착수했다. 여우를 가축으로 길들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벨랴예프는 구소
련 학술원의 시베리아 분과를 설립하고 여우130마리(암컷100마리, 수컷30마리)를 모아 선택교배를 시작했다. 세대별로 가장 온순한 여우만 선택해서 교배했고, 따로 훈련하지는 않았다. 선택교배만이 유일한 조작이었다. 벨랴
예프는 1959년부터 시작하여 1985년에 죽기 전까지 약 30세대에서 35세대에 걸쳐 4만 5000마리를 교배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새끼 여우가 생후 한 달이 될 때부터 검사를 실시했다.
실험자가 손으로 먹이를 주면서 쓰다듬으며 귀여워해주었다. 주춤하며 물러서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하면 3번 집단으로 보냈다.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긴 하지만 특별히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으면 2번 집단에 넣었다. 그러면 1번 집단에 배정된 여우는 어땠을까? 1번 집단 여우는 유난히 친근한 반응을 보였다. 실험자의 주의를 끌려고 낑낑거리거나 실험자에게 다가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혀로 핥는 등 개와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꼬리를 흔들면서 사람의 손길을 갈망했다. 농장에서 달아났다가도 다시 돌아왔다. 달리 말하면, 개와 늑대가 다른 만큼 1번 집단 여우는 다른 여우와 달랐다.(243-245쪽)


목차


감수자의 글

0 1 ─ 인간보다 더 큰 뇌
보스콥인은 누구인가? 큰 뇌가 좋은가? 언어는 특별한 능력인가?
보스콥인이 인간보다 더 똑똑했을까? 보스콥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가장 큰 뇌 | 뇌의 크기와 능력 | 뇌와 언어 | 인간보다 뛰어난 두뇌 |
잊혀진 보스콥인 | 책의 개요

02 ─ 기계의 마음
어떻게 뇌를 컴퓨터로 이해할 수 있을까? 뇌와 컴퓨터의 차이는 무엇인가?
컴퓨터를 뇌처럼 만들 수 있을까?
학습하는 뇌 | 뇌 회로 VS 컴퓨터 회로 | 폰 노이만의 뇌 구조

03 ─ 유전자와 뇌
우리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진화는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유전자의 규칙과 기준이 진화의 정도를 얼마나 제약하는가?
인간을 만드는 작은 차이 | 유전자 청사진 | 유전자 만들기 | 우연히 커진 뇌

04 ─ 뇌의 출현
뇌는 어떤 구조일까? 뇌는 어디서 시작했을까? 뇌가 팽창하면서 어떻게 변했을까?
최초의 뇌 | 뇌의 팽창

05 ─ 포유류의 뇌
피질 회로는 무엇이며 다른 회로와 어떻게 다른가?
학습이 일어나는 동안 피질 연결이 어떻게 변할까?
뉴런과 신경망 | 시냅스와 학습

06 ─ 후각에서 인지까지
다른 1차 뇌 회로는 무엇인가? 1차 뇌 회로와 피질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피질에서 행동까지 | 신피질의 발생

07 ─ 생각하는 뇌
뇌 구조는 크기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 늘어난 연합피질은 어떻게 제어하는가?
사고의 확장 | 뇌 속의 경쟁

08 ─ 생각의 도구
포유류의 뇌 작용에서 나타나는 기본 과정은 무엇인가? 정신 단계로서의
기본 과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뇌의 기본 과정은 인간의 사고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뇌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기능은 무엇인가?
피질회로 | 범주의 배열 | 뇌 영역 사이의 정보 전달 | 뇌 영상 | 일반론에서 특수론까지 | 기억의 구성 | 상위 인식 구축하기 | 도서관과 미로 | 뇌의 문법

09 ─ 뇌의 개인적 차이
사람마다 뇌가 어떻게 다른가? 행동의 차이로 드러나는 뇌의 차이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뇌는 경험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가?
뇌 경로 | 뇌의 연결과 능력의 차이 | 유전과 환경

1 0 ─ 종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종에 속한 개체는 어떻게 다른가?
독립적이고 이종교배 가능한‘유전자 풀’이란 무엇인가?
이런 사실은 인종이라는 개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류의 분류 | 인종 우월성의 오류 | 인종과 유전자 풀

1 1 ─ 큰 뇌의 기원
뇌가 커지면서 어떻게 변하는가? 호미니드의 뇌는 어땠을까?
뇌의 진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적응요인은 무엇인가?
유인원의 뇌 크기 | ‘ 사람과’의 뇌 크기 | 큰 아기 | 지능에 관하여

1 2 ─ 거대한 뇌
보스콥인은 누구인가? 어떻게 발견되고 어떻게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을까?
미래의 인간 | 잊혀진 거대한 뇌 | 거대한 뇌 속으로 | 거대한 뇌와 지능

1 3 ─ 인간에 가까운 그들
큰 뇌에 공통으로 포함되는 요소는 무엇일까? 인간 뇌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가?
인간 이외에 큰 뇌를 지닌 동물도 높은 지능과 언어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과학에 관하여 | 인간 뇌의 차별성 | 양적 변화와 질적 변화 | 뇌 발달에서 인지 발달까지 | 인지에서 언어까지 | 학습곡선 | 말하기에서 쓰기까지

1 4 ─ 인간보다 우월한 그들
뇌가 크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우리의 뇌는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앞으로 인간의 뇌는 어떻게 변할까?
뇌와 슈퍼뇌 | 새로운 경로, 새로운 인간 | 인간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 |
변하기 쉬운 뇌 | 인간을 넘어선 단계

부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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