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요구하는 ‘좋은 딸’에서 벗어나려던 삶
윌킨스 프리먼은 1852년 매사추세츠주, 랜돌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프리먼의 부모는 딸을 청교도적인 환경 아래 엄격하게 키웠다. 그러나 프리먼은 어머니가 요구하는 ‘좋은 딸’이 되지 않기 위해 평생 어머니의 방식에 저항했고 이런 삶의 태도는 그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프리먼은 스물여덟 살 때인 1881년 〈유령가족〉이 콘테스트에 당선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887년 《변변찮은 로맨스와 다른 이야기들》을 출판하면서 작가로서 자리매김한다. 이 책은 프리먼의 첫 주요 출판물이자 그의 작품에 아주 중요한 주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엄마와 딸, 또는 이와 비슷한 정도로 강도가 높은 여성들 사이의 유대관계를 그리고 있다. 이어서 1891년에 《뉴잉글랜드 수녀와 다른 이야기들》이, 1894년에 그의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펨브룩》이 출판되었다. 찬사와 함께 문학적 추종자들이 생기면서 프리먼의 창작열은 더해갔다. 40여 년의 작품 활동 기간 중 프리먼은 시집 3권, 소설 14권, 단편 소설집 22권, 70편의 짧은 이야기들과 희곡, 에세이 등을 남겼다.
“뉴잉글랜드의 삶에 대한 독보적인 기록”
프리먼의 많은 작품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은 단연 단편 소설로, 대개 뉴잉글랜드에서 찾을 수 있는 기이한 캐릭터들의 유머러스함과 현실적인 묘사를 담고 있다. 프리먼은 여러 장르를 집필하면서 전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작업했는데, 예컨대 이야기 속 여성 인물들을 만들 때 나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문학에서 흔히 쓰던 그러한 비유를 거부했다. 〈뉴잉글랜드 수녀〉의 주인공 루이자와 같은 인물들을 통해 프리먼은 여성의 역할, 가치, 사회 속에서의 관계 등에 대한 그 당시의 생각에 맞서기도 했다. 또 다른 단편 〈엄마의 반란〉은 농촌 여성으로서, 그리고 가족 내의 역할 안에서 투쟁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의 반란〉 때문에 농촌 여성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다른 작품들 또한 가정 경제에 대한 농촌 여성들의 통제력 부족과 20세기 초 농촌 가족들의 구조 개선에 관한 논의를 북돋게 되었다.
인상적일 만큼 독립적인 여성들
프리먼의 작품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주의 관점으로 그의 작품은 재평가받았다. 많은 비평가들이 “프리먼의 작품 속 여성들은 결혼했든, 하지 않았든 불합리하지만 우위를 차지하는 남성들의 요구에 직면했을 때, 그들이 지닌 잠재성을 모아서 남성들에게 예상 밖의 힘을 발휘하며 인상적인 독립 정신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마을에 발이 묶인 이 여성들은 그들 스스로 인생은 결혼, 출산, 양육, 또는 가부장적인 가정 안에서 아내나 가정주부의 역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프리먼 작품의 주제들은 그녀의 삶 자체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여성의 내적 성소(聖所), 청교도주의, 그녀의 정신 속에 있는 종교와 그 영향, 가난과 수모, 결혼, 그리고 고향 뉴잉글랜드의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에 기초한 초자연적 신비주의 등이 그것이었다.
여성의 가치를 또렷하게 보여주다
프리먼 이야기의 여자들은 집 밖에서 훌륭히 생계를 꾸려 나갈 때에도 남성과 동등한 자격으로 공적 영역에 들어가거나 남성의 역할을 빼앗거나 하지 않는다. 〈엄마의 반란〉의 “엄마”는 새로 지은 큰 외양간으로 집을 옮기면서 가정에서 승리를 이룬다. 그녀는 새로운 집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차원에서는 싸움에서 여성이 남성을 이긴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작품의 첫 번째 주제이다. 이 작품에 내포된 두 번째 주제는 남자가 자기의 자존심과 가축들이 안락하게 지내는 것을 아내와 가족보다 우위에 놓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성 중심 사회 속 여자들, 가정, 그리고 가족의 가치에 대한 명백하고도 날카로운 비판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자존감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그녀들
〈뉴잉글랜드 수녀〉의 주인공 루이자 엘리스에게 가정생활은 예술이다. 그녀의 기쁨은 단순하고 일상적인 일, 예를 들면 바느질, 청소, 요리 등에서 온다. 그러나 연인인 조가 찾아왔을 때 그녀의 고요한 집은 말 그대로 어수선함 속에 놓이고 만다. 조가 드디어 떠나자, 루이자는 그의 방문으로 인한 모든 자취들을 없애버린다. 그와 결혼함으로써 그녀의 모든 질서와 평온함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또한 쉽게, 완전히 제거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녀는 홀로 지내는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루이자의 일상 활동들은 의례이며 그것은 그녀가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정돈하는 수단이고, 그녀에게 독립된 삶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을 준다. 조에게 작별을 말한 뒤 그녀는 “자신의 영토를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다가 마침내 소유를 보장받은 여왕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홀로 맞이할 미래는 그녀에게 흠 없고 온전한 묵주알 같은 이미지이다. 그녀의 마음은 감사로 차오른다. 이 여성은 일상생활의 의례적 성격을 통해 특별한 결정을 함으로써 성취감과 힘을 얻은 것이다.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강력한 보편성
미국 고딕 소설사에서 프리먼의 유령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진보적인 여성주의 작품들만큼이나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프리먼의 대표적인 고딕 소설도 수록했으며 그 밖에도 간결하고 명징한 문체로 여성의 역할과 가치관 및 사회관계를 다루면서,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난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작품의 주인공들은 어린 소녀부터 젊은 여성, 중년, 노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이들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프리먼의 시선은 따뜻한 연민으로 가득하며 그들의 행동을 쉽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인물들을 나약하고 의존적으로 그리는 대신 주어진 상황 안에서 독립성을 부여함으로써 여성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있다. 뉴잉글랜드라는 보수적인 지역에서 엄격한 청교도적 가르침을 받고 자란 프리먼의 시대의 틀을 깨는 이 수많은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큰 공감과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