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겉모습 속 넘치는 따뜻한 사랑
많은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모든 구속을 뛰어넘은 용감하고 당찬 여인, 마리 퀴리에게서 큰 영감을 얻는다. 마리 퀴리는 여성이 무슨 일이든지, 그것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음을 보인 실례로서 끊임없이 칭송받아왔다.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그녀가 눈부신 업적을 이루어냈을 뿐 아니라 두 딸을 키우면서 시대를 훨씬 앞서 강건한 의지, 고등교육, 자유로운 인생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본보기와도 같은 인물이었다고 인정한다. 이 또한 퀴리 신화의 일부가 되었다. 마리 퀴리는 확실히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이것으로 충분했을까?
마리 퀴리의 둘째 딸 에브 퀴리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뒤인 1937년에 《마리 퀴리Madame Curie》를 썼다. 에브는 그전까지 한 번도 책을 써 본 적이 없었으나, 언젠가는 나올 마리 퀴리의 전기를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잘 아는 자신이 쓰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마리 퀴리와 깊은 교우를 가졌던 아인슈타인은 그녀를 두고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했다. 이런 모습이 그녀의 두 딸 이렌과 에브가 알고 지낸 어머니였다. 그런 성격은 남편 피에르 퀴리가 사고로 죽었을 때부터 더 심해졌다고 에브는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얼음장 같은 영혼도 두 딸이 어렸을 때 빼뚤빼뚤한 글씨체로 쓴 편지들을 제과점 리본으로 묶어 한 장도 빠짐없이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 편지들은 마리 퀴리가 세상을 떠난 뒤 발견됐는데, 이것으로 보아 마리는 냉정한 겉모습 속에 아무도 모르게 따뜻하고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감동적으로 펼쳐지는 시대의 역사와 사상
“인생에서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이해해야 할 것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마리 퀴리가 한 말이다. 또한 “삶을 꿈으로 만들고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남편 피에르 퀴리는 말했다. 하지만 이 말들은 서로의 생각과 들어맞는 것으로, 그들에게 삶의 이정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마리 퀴리의 인생은 영감으로 충만했다. 폴란드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소르본 대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가정교사로 8년 동안 일하며 한 푼 한 푼 돈을 모았다. 그리고 믿기 어려울 만큼 역경을 이겨내고, 1893년 소르본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이듬해에는 수학에서 두 번째 학위를 받았다. 뒤이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소르본 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었고,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첫 번째 노벨상은 물리학에서 방사능을 발견한 공로로 피에르 퀴리, 앙리 베크렐과 함께 받았고, 두 번째는 8년 뒤에 폴로늄과 라듐 원소를 분리해 낸 공로로 화학상을 받았다. 그녀는 224년 역사의 프랑스 의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뽑힌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이처럼 마리 퀴리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내내 따라다녔다. 또한 그녀는 과학계의 잔 다르크로 기억되고 있다. 파리에는 마리와 그 남편 피에르의 이름을 따서 이름 지은 거리도 있다. 또한 500프랑 지폐에도 마리 퀴리의 얼굴과 ‘궁핍한 오두막’ 실험실이 그녀의 삶 몇몇 장면과 함께 인쇄되어 있다. 우표와 동전에도 그녀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이처럼 《마리 퀴리》에는 과학자 마리의 삶과 활약했던 시대의 역사, 그리고 그의 사랑과 사상들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누에처럼 앞만 보며 달려가다
마리 퀴리는 칠전팔기 불굴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마리는 자신을 역사상의 위인이 아니라 딸 이렌이 기르던 작은 누에에 비유했다. 부지런히 고치를 만드는 누에를 보면서 마리 퀴리가 “나도 너희와 다름없구나.”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녀가 조카 한나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글이 있다.
“누에들처럼 나도 한 가지 목표를 바라보며 끈질기게 매달려 왔다. 그곳에 진실이 있다고는 조금도 확신하지 못한 채. 그래도 나는 누에가 고치를 만들듯 어떤 힘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기 때문에 그 목표만 보면서 나아간다. 불쌍한 누에는 비록 완성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멈추지 않고 열심히 고치를 만들어야 해. 그러나 완성하지 못하면 나비가 되지 못하고 덧없이 죽어 버리지. 한나! 우리가 저마다의 고치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구나. ‘왜’ 라든지 ‘무엇 때문’인지는 묻지 말고.”
이처럼 숭고할 만큼 끈질기게 한 가지 목표를 바라보며 달려온 마리 퀴리가 어른이 된 후에도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낸 일이 세 번 있다.
먼저 가정생활과 연구에 치여 이미 과로로 힘든 상황에서 둘째 아이의 출산까지 닥쳐왔을 때, 두 번째는 남편 피에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 번째는 만년에 건강을 잃고 일을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에 휩싸였을 때이다.
그러나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쏟아내는 그 눈물과 비명 덕분에 마리 퀴리의 매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그녀의 삶을 책으로 만나는 오늘의 독자들은 지친 삶에 큰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