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의 새로운 이해를 도모하는,
서사로 읽는 중국문학의 세계
저자 최용철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고대 주나라 초기부터 현재까지 3천여 년의 장구한 시기 속 중국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아우르고 있다. 중국의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중국문학의 역사도 길고 다양하며 찬란하다. 시기별, 장르별 연구에 더하여 개별 작품들까지 섭렵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는 “한우충동과 같이 방대한 중국문학 중에서 이야기가 얽혀 있는 재미있는 것을 골라서 그 진미를 함께 맛보고 즐거운 느낌을 가질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이 중국문학사를 집필하였다.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커다란 흐름을 여덟 장의 큰 줄기를 중심으로 서술하였고, 각 장에서 다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일목요연하게 중국문학의 시기별, 장르별 특징을 드러내었다. 본격적으로 살피기에 앞서 중국문학의 좌표가 되는 ‘시간’과 ‘공간’의 축을 간략하게 소개하여 중국문학의 세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방대한 중국문학 작품 중에서 꼭 다루어야 할 것들을 선별하여 살펴보았고, 아쉽게도 다루지 못한 주옥같은 작품들은 ‘나가며’에서 그 제목을 소개하였다.
1장에서는 원시 상고사회로부터 형성되어 구비문학으로 면면히 흘러 내려온 신화와 전설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2장에서는 문자로 기록된 가장 이른 시가집인 『시경』과 이름이 알려진 최초의 시인 굴원의 작품을 이어서 다루었다. 중국의 시는 시대별로 특징적으로 발전하였지만 당나라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으므로 『시경』에서 ‘당시’에 이르는 변천의 과정을 함께 살폈다. 지괴에서 전기로 발전한 문언소설은 명청대 소설집에 이르기까지 부단히 이어지며 『전등신화』와 『요재지이』에 와서 최고봉에 이르는데, 이 내용은 3장에서 다루었다. 한편 송나라는 인문의 시대였으며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시문과 새로 발흥한 사곡 및 화본이 동시에 발달하게 된다. 따라서 4장에서는 송사와 화본을 함께 다루었으며 시사부에 모두 능한 소동파를 특별히 선정하여 그의 『적벽부』를 살펴보았다. 화본소설의 경우 실제 남아 있는 작품이 대부분 명대 ‘삼언이박’에 들어 있는데, 동시에 이 기회에 근년에 한국에서 새로 발굴된 『형세언』도 소개하였다.
5장에서는 원명청의 희곡을 다루었다. 원대는 희곡의 시대다. 원명청으로 이어지는 희곡은 단편에서 장편으로 발전하였고 역사극과 애정극 혹은 사회극 등이 당시 민중의 감성을 잘 드러냈다. 명청대는 소설의 시대라고 한다. 육대(六大)장편소설이 이 시기의 대표작이다. 그중 오랜 세월 축적된 강사형 소설로부터 발전한 세 작품을 6장에서 소개하고, 개인 작가의 창작형 소설을 7장에서 상세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20세기 이래 지난 백 년간 현대문학은 고전문학과는 전혀 다른 방식과 관점에서 형성되고 발전하였다. 마지막 8장에서는 이 시기를 셋으로 나누고 각각 대표 인물 두 사람을 선별하여 특징적 현상을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 새로운 백화문학의 틀이 만들어진 신문학운동 시기와 문혁 이후 신시기에 등장한 작가들 그리고 21세기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세계를 살펴보았다.
오랜 역사 속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의 중국문학 읽기
중국문학에는 오랜 세월 전해진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신과 사람의 이야기, 바람과 시의 이야기, 귀신과 여우의 이야기, 풍류와 기녀의 이야기, 연극과 공연의 이야기, 역사와 영웅의 이야기, 사랑과 탄식의 이야기, 새로운 중국의 이야기 등 그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이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것이다. 우리는 광대한 중국문학의 세계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감상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생성할 수 있다.
“중국문학은 우리에게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다. 특히 오늘날 젊은이의 입장에서 중국은 중국이고 우리는 우리다. 세상에서는 현대 중국에 대한 경계와 의혹의 눈빛이 점점 짙어진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척, 세상에 없는 척 살아도 될 만한 그런 규모의 문화가 아니다. 좀 더 높고 넓게 보면 중국문학의 장구한 세월이나 방대한 세계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에 걸쳐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기에 들어 있다. … 설사 중국문학을 순전히 남의 나라 문학, 다른 민족의 문학이라고 치부한다 하더라도 인간이 만들어 낸 문학의 속성상 우리가 함께 감상하고 그 속내를 곰곰이 느껴 보며 공감하고 감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문학에는 거짓이 없다. 문학은 진솔한 마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냥 한번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거짓되고 오염된 마음을 씻어 내는 참된 힐링이 된다. 그만하면 책을 한번 펼쳐 볼 만하지 않겠는가.” (‘들어가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