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집트의 벽이나 기둥에 새겨진 형상화된 그림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그 유려한 그림들을 보다 보면 저것이 무슨 의미인지, 무슨 의도로 새기거나 그린 것인지 궁금해진다. 특히 그 질서가 너무나 정연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것은 문자일까?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의 비밀을 풀 열쇠, 로제타석을 발견하다! 하지만…
서기전 30년 클레오파트라가 사망하면서 3천 년의 장구한 고대 이집트도 막을 내렸다. 이후 점차 고대 이집트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7세기 무렵에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누구도 이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성체자聖體字, hieroglyph)를 읽어내지 못했다.
그러다 1799년 이집트 서북부에 있는 로제타에서 비로소 그 비밀을 풀 실마리가 발견되었다. 세 가지 언어가 새겨진 비석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성체자였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해독이 가능한 고대 그리스어였다. 만약 이 비석이 (오늘날 여러 언어로 쓰인 관광 안내판처럼) 같은 내용을 세 가지 다른 글자로 쓴 것이라면, 대조를 통해 성체자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제타석이 발견된 지 20년 동안 누구도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 왜일까?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 글자를 과연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로제타석의 성체자는 토머스 영이 해독의 첫 실마리를 발견하고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이 그 비밀을 열어젖힌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의 기록』은 그들과 함께 흡사 암호나 퍼즐을 풀어나가듯 이 로제타석의 성체자를 함께 해독해가는 책이다. 이 두 천재의 해독 경쟁이 주축을 이루지만, 그것은 이야기 전개를 위한 이정표 정도에 그친다.
이 책의 핵심은 다음 질문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문자로 기록된 글이 발견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그것을 읽기 위해 어떤 어려움들을 맞닥뜨리며,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두 천재가 겪은 상황은 그 실증인 셈이다.
역사·언어학·인문학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지적 향연
과학 전문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지은이 에드워드 돌닉은 이처럼 로제타석의 성체자를 해독해가는 과정과 난관마다, 관련된 풍부한 사례와 예시를 곁들여 그 의미를 풀어낸다. 언어적 예시가 주로 영어 어휘나 문장이지만 아주 직관적이라 자연스럽게 한글·한국어의 경우로 변환되어 연상된다. 이에는 『실크로드 세계사』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한 이재황 번역가의 깔끔한 번역도 크게 한몫한다. 이제 역사·언어학·인문학을 넘나드는 이 흥미진진한 지적 향연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