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목격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재난 이후, 회복의 과정
저자 로버트 젠슨은 세계적인 재난 수습 회사의 대표로, 대규모 재난 현장에서 죽음을 처리하는 일을 해왔다. 미국 9ㆍ11 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오클라호마 폭파 사건,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까지, 과거 우리를 충격에 빠트린 사고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사건 당시, 유리 파편과 건물의 금속 뼈대가 쌓인 1.5미터 높이의 지면에 서서 275명의 유해를 찾았다고 기술했다. 아래에서 작업하는 사람을 덮치지 않도록 조심히 길도 내야 했던, 위험하고 느리고 고된 작업이었음을 책에다 털어놓았다.
이렇게 ≪유류품 이야기≫는 대형 사고와 재난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와 동시에 삶과 죽음의 의미,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담백하게 이야기하며 목숨을 걸면서까지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저자의 분투가 담겨 있다.
매일 시신을 수습하며
매일 삶을 돌보는 법을 배우다
저자가 희생자와 그의 마지막 소지품 찾기에 사력을 다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유해를 찾아 돌려보내는 일이 유가족들을 위한 최선의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저자의 표현을 빌려 말해, “이름을 찾아주는 것을 빼면, 존엄성이야말로 우리가 죽은 자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에 관하여 저자의 믿음은 그가 죽은 자를 대할 때도 드러난다. 200명의 나치 전쟁범죄자를 교수형시켰던 영국의 마지막 집행인 앨버트 피어포인트는, 죽은 자는 죽음으로써 죗값을 치뤘다며 시신을 극진히 다루었다고 한다. 로버트 젠슨 또한 죽은 자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취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양에 수장했을 때(미국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의 무덤이 광신도와 급진주의자의 성지가 될까 두려워 했다.), 이슬람 의식에 따라 매장했으면 좋았겠다고 고백한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매일 죽음을 수습하며 로버트 젠슨이 깨달은 것은, 그것이 남은 우리의 삶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사실이다. 죽음은 자기만의 시계를 갖는다는 사실, 생존자는 단지 운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스스로 행운을 만들었다는 사실, 유족은 상실이 아니라 상실에 대응하는 방식에 화가 난다는 사실, 끔찍한 일은 하루 빨리 털어버리는 일이 능사가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교훈을 얻을 기회를 준다는 사실들을 말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충격적인 몇 사건들은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일 리도 만무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재난의 극복은 사실과 진실의 구분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이 책은 최악의 참사가 또 다른 참사로 잊히지 않도록 우리의 기억을 회복시켜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