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 년의 속박이 묶여있는 군자마을
경강 시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숨겨진 요괴와 신들의 마을, 군자마을. 겉보기엔 작은 바닷가 마을이지만, 이곳은 나라 안 모든 요괴, 모든 신들의 우두머리이자 수로자인 비형 일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비형 일가는 악귀로 변한 요괴와 신을 제압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요괴를 잡아들인다. 그러나 하고 싶어하는 일은 아니다. 천 년의 속박이 그 일을 하게 강제하고 있다.
# 신들의 은신처, 만불산
갈 곳이 사라진 신들과 요괴가 머무는 마지막 은신처. 본래는 신선들이 놀 곳이 필요해서 신력을 모아 만든 곳이었다. 만불산으로 들어오면 이들은 소멸할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형 일족의 별장이 만불산 안에 있다.
# 저승꽃밭, 그리고 요괴들의 화원 궁이
이승에서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죽어 부모와 떨어진 어린 혼들을 맞이하는 저승꽃밭. 이곳을 지키는 이는 할락궁이다. 어떻게 보면 일흔 살은 먹은 할배 같고, 어떻게 보면 삼십대의 중년처럼 보이는 할락궁이. 할락궁이는 경강시의 한갓진 곳에 있는 화원 궁이도 가꾸고 있다. 궁이에서는 요괴 식물들이 자란다.
# 오늘이와 은산이
할락궁이가 키운 오늘이는 스무 살이 되어 이제는 저승꽃밭에서 떠나야 한다. 저승꽃밭을 떠난 오늘이는 오백 년을 산 책장수 조신선의 책방에 취업한다. 비형 일족의 종주 은산이는 오늘이가 쫓던 식물 요괴를 잡다가 서로 만나게 된다. 오늘이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용 이목은 둘의 만남을 질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여기에 타로점 가게를 하는 수정이도 둘 사이를 방해하려고 드는데... 오늘이와 은산이 사이에는 선대의 비극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극이 이제 둘에게 다가오는 중이다.
# 천 년의 숙제, 다가오는 파국
요괴에게서 나오는 혈석을 만 개 모으면 만신과 요괴들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한다. 이 탐욕의 덫에 걸렸던 천 년 전 비형의 사랑은 비형 일족에 큰 덫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군자마을에 언젠가부터 나타난 귀면의 사내 역시 혈석을 모으고 있다. 오늘이와 은산이 앞에 다가오는 커다란 파멸은 천 년 전의 사건을 소환한다.
# 등장인물
김은산 : 비형 일족의 종주. 비형 일족은 신들의 힘이 약해진 뒤로 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은산의 몸 속에는 조상신들이 모두 함께 살고 있다.
오오늘 : 씩씩하고 발랄한 스물 세 살 곱슬머리 처녀. 저승꽃밭에서 할락궁이의 돌봄을 받으며 컸다. 고아가 된 까닭에는 비극적인 사연이 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이목 : 미남자. 본래 정체는 아름다운 백룡이다. 눈부시게 하얀 눈꽃송이가 남자의 형태가 되어 햇빛에 녹아버릴 것만 같다. 오늘이만 보면 자기에게 시집오라고 말한다.
김명주 : 은산의 고모. 오빠 대신 은산을 키운 비형 가문의 최고 연장자다.
김륜 : 은산의 아버지. 창귀에게 죽어 혼이 소멸되어버렸다.
안이령 : 오늘의 엄마.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아인 이령을 조왕신이 거둬들여 키웠다.
조신선 : 오백 년을 살고 있는 책장수. 분명히 인간인데 어떻게 오백 년을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선도 악도 아닌 것 같은 독특한 인물.
천수정 : 조신선 책방 옆에서 타로점 가게를 하는 스물 한 살의 미인. 잘 익은 붉은 자두가 사람이 된 듯하다. 은산을 좋아하고 있어서 오늘이를 못마땅해 한다.
조비서 : 비형 일족을 수백 년간 보필해온 학 요괴. 남녀 성별을 가지지 않은 무성의 요괴다.
# 등장 요괴와 신
동이 : 강아지 요괴. 은산이 구해주었다. 평소에는 어린아이 모습을 하고 있다.
포루루 : 오늘이가 보살펴주는 식물 요괴.
나림 : 산의 여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도 별빛으로 반짝인다. 완벽하게 친절하여 모두의 선망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그녀가 습격을 받는 일이 생긴다.
조왕, 영등할미, 이승삼신, 저승삼신, 자청비, 문도령, 야광, 창부대신, 둔갑신장, 창귀 그리고 귀면의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