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설
1881년 플로베르가 사망하고 몇 개월 후 출판된 이 작품은 플로베르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담겨 있다. 모든 장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흥미와 열정을 느끼고 연구를 시작했다가 실패한 후 권태와 좌절을 느끼게 되는 동일한 리듬을 반복한다. 저마다 진리를 다르게 말하는 수많은 책 속에서, 절대적인 진리를 찾고자 하는, 부바르와 페퀴셰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환 속에서 두 주인공은 마침내 실패와 성공, 인간의 어리석음과 지성, 그 모두가 구별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 확언과 도식화를 일삼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확실한 것을 의심함으로써 기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은 이 세계 안에서 능숙하게 처신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세상이 내포한 모순을 폭로한다.
희화화의 대상은 역전되어, 부바르와 페퀴셰가 아니라 과학과 체계, 그리고 세상 자체가 비판을 받게 된다. 온갖 분야를 경험한 끝에 두 사람이 결국 처음의 직업인 필경사로 돌아간다는 열린 결말은 삶의 아이러니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좌충우돌 콤비의 왁자지껄한 소동
뚱뚱하고 다혈질인 부바르와 왜소하고 소심한 페퀴셰는 상반되는 외모와 기질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죽이 잘 맞는 친구 사이다. 뜻하지 않게 유산을 상속받은 그들은 직업인 필경사를 그만두고 샤비뇰이라는 시골로 내려가 진리를 탐구하기로 한다. 그들은 원예, 농업, 화학, 의학, 지질학, 고고학, 역사, 문학, 철학, 종교, 교육 등 온갖 분야의 학문을 두루 접하면서 매번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과학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수를 연발한다. 해부학을 공부하다가는 시체를 숨겼다는 오해를 받고, 통조림을 만들다가 폭발 사고를 일으키고, 엉터리 처방으로 병을 악화시키는가 하면, 화석을 채취하다가 연행되기도 한다. 때로는 기이하기까지 한 이들의 탐구열은 곧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고 이용당하기에 이르지만, 작가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과 달리 어리석음을 인식하고 극복하려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에 연민이 담긴 시선을 보낸다. 풍자의 날은 이들이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세계를 겨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