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사건과 광기 어린 인물
화려한 이미지와 섬세한 심리 묘사
25편의 단편 전반에 흐르는 포의 강렬한 세계관
포는 공포와 죽음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인간의 불안하고 뒤엉킨 심리를 촘촘하고 탁월하게 묘사해낸다. 이와 같은 서술적 특징은 그의 대표작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검은 고양이」속 주인공은 감옥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자신이 죽인 검은 고양이 두 마리를 떠올리며 기이한 기억을 꺼내놓는데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언젠가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그 검은 고양이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품은 채 주인공은 광적인 독백을 이어간다. 또 다른 대표작인 「어셔가의 몰락」 에서도 그렇다. 오래전 친구이자 어셔가 저택의 주인인 로더릭 어셔의 초대를 받은 주인공은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는 어셔만큼이나 괴상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집에서 죽은 어셔의 누이가 살아 돌아오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는 ‘몰락’하는 존재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달아난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엘레오노라」, 「리지아」, 「베르니스」, 「모렐라」, 「타원형 초상화」에서는 죽음이 불러오는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서늘하게 그려내고,「검은 고양이」, 「메첸거슈타인」, 「절룩 개구리」에서는 불행한 영혼을 잠식한 듯한 동물의 이미지를 활용해 불길한 운명 앞에 놓인 인간의 최후를 묘사한다. 죽음과 부활하는 영혼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품도 있다. 「어셔가의 몰락」과 「모노스와 우나의 대화」,「미라와의 대화」, 「때 이른 매장」은 ‘다시 살아남’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뇌가 엿보이는 작품들이다. 이렇듯 포의 작품에는 언제나 죽음에서 비롯한 공포와 불안이 떠다닌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주제를 수준 높은 묘사와 세련된 언어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는 환상적 이미지를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풀어낸다. 공포 문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포의 단편은 우리 안에 내재된 공포라는 감정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줄 것이다.
생의 혼란과 불행으로 빚어진 포의 예술성
내면을 파고드는 초현실적 사유의 탄생
포의 위대한 문학적 성취 이면에는 불행 그 자체인 삶이 있었다. 가족, 특히 부모와 관련한 문제가 평생 그림자처럼 그의 뒤를 따라다녔고, 지독한 가난과 가슴 아픈 사별까지 그의 불운한 인생을 덮쳤다. 외롭고 쓸쓸했던 포의 인생에서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결코 뗄 수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포의 작품 대부분에 드러나는 불안과 공포는 모두 죽음에서 비롯된다. 동시에 죽음을 소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딘가 뒤틀린 인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이런 인물들은 그릇된 욕망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거나(「검은 고양이」, 「아몬티야도 술통」) 알 수 없는 힘이나 운명에 쫓기거나(「윌리엄 윌슨」, 「메첸거슈타인」, 「어셔가의 몰락」) 불가항력의 무시무시한 심판대 위에 놓이곤 한다(「구덩이와 추」. 「소용돌이 속으로의 하강」). 이는 엄청난 두려움을 자아내는 그의 세계관이 심원한 내면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죽음과 공포의 근원에 대한 지대한 관심 역시 그가 어떤 문학적 이상을 지향하는지 넌지시 드러내며, 특히 화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말해주는 형식의 고백적 서사는 미스터리한 작중 분위기에 독자를 깊숙이 끌고 들어가는 힘을 더해 단순한 공포 소설이 아닌 심리를 뒤흔드는 포 특유의 독창적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포는 무서운 감정 이상의 의미 있는 문학을 추구한다. 환상 문학의 선구자라 불릴 만큼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수많은 설정 속에서 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 매혹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배치해 독자가 공포의 정점에서 극대화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인간이 느끼는 공포의 정체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깊이 있는 서술로 감상자의 의식 폭을 넓히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 담긴, 현재까지도 유효한 그 상징과 메시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두움은 물론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두움의 실체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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