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상력의 K-디스토피아 소설의 등장
지구 멸망과 서울 지역의 생존 이후를 그리는 독특한 세계관
정치 조직은 사라지고 대기업 연합이 ‘경영하는’ 미래 도시
테크놀로지 독점을 향한 자본가들의 무한욕망. 약자에 대한 착취. 그들의 파괴적 욕망이 끝에 다다른 순간, 과연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상상에서 ‘쥐독’의 이야기는 출발했다.
그런데 기본 전제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21세기 중반 대한민국과 세계 최강 국가였고 서울은 뉴욕과 런던을 앞지른 최고의 도시가 됐다, 그러나 재등장한 강력한 감염병으로 인한 혼돈은 지구상 모든 국가를 궤멸시켰고, 서울은 유일하게 버텨낸 인류의 마지막 생존지가 됐다. 그것은 한국이 보유한 뛰어난 대기업들 덕분이었고 그들은 결국 ‘도시의 경영권’마저 장악하게 된다. 괴거의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른, 똑똑한 기업인들이 ‘경영한’ 미래 서울(뉴소울 시티)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무너뜨린 한국 대기업의 첨단 기술력
그러나 ‘최고의 혜택’은 모든 시민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다
소설 〈쥐독〉은 미래 서울이 대기업 연합의 강력한 철권통치 하의 차별적 통제사회로 접어든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바로 K-디스토피아! 모든 시민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서비스’한다던 기업가들의 시티 운영 방침은 완전히 바뀌었다. 인류 2억 명의 초거대 밀집 도시 서울은 극소수 최상위층들의 거주지와 일반 시민들의 구역으로 나뉘어졌다. ‘쥐독’은 그곳에서 아예 쫓겨난, 마치 ‘쥐처럼’ 숨어살아야 하는 이들의 비루한 지역. 이야기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미래지만 과거 같기도 하고, 어쩌면 ‘현재’도 문득문득 엿보이는…
액션 판타지 장르 소설의 재미와 강렬한 현실 풍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디스토피아로 변한 미래 서울 배경의 사이버펑크 SF 액션 ‘쥐독‘은 새롭고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재미있는 장르소설이다. 얼핏 동일 장르 작품들의 기본을 따르는 듯하지만, 작가 특유의 재치 있고 발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22세기 모든 것이 뒤바뀐 대기업 치하의 세상은 기본적인 단어의 뜻도 변해 있다. 읽는 재미가 풍성하다. 더 중요한 부분은 더 깊이 배어있는 세상사 전반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유의 흔적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미래 배경의 SF소설이지만 우리나라, 또는 이 지구상 어딘가 과거에 있었던, 아니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수 있는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강렬한 풍자와 경고를 함께 담고 있다.
〈쥐독〉은 오직 영화와 글쓰기만을 추구하며 오랜 기간 절차탁마했던 이기원 작가의 첫 소설이다. 첫 작품답지 않은 깊은 내공과 필력은 편집자에게도 큰 감동이었음을 고백한다.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토종 SF 판타지 소설 한 권이 힘차게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