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보면 소소하고 일상적인 행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기존 일본 소설들과 같은 범주에 속하지만, 거기에는 남들이 정해놓은 틀이나 세상의 시선 따윈 웃으며 무시해버리는 ‘나기라 유’의 근성이 관통하면서, 이야기는 조금 다른 지점에 놓이게 된다.
이혼한 아내가 재혼해서 낳은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홀아비’ 도리, 20년 넘게 죽은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노처녀’ 모모코, 여자에게 동성 애인을 빼앗겨버린 ‘게이’ 로, 젊은 나이에 우울증에 걸려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백수’ 모토이, 그리고 『유랑의 달』의 사라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고아’ 모네. 이들이 겪은 아픔과 그럼에도 살기를 멈추지 않은 시간들에 공감하다 보면, 남의 인생에 ‘홀아비’, ‘노처녀’, ‘게이’, ‘백수’ 같은 단어를 붙이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무책임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형식면에서는 장마다 화자가 바뀌기 때문에 몰입이 어려울 수 있으나, 옥상 정원이라는 공간적인 구심점이 있어서 이야기가 흩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한 각 장에서 화자가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그것도 조금씩 풀어내어, 인물들 간의 관계가 보다 촘촘하게 엮는다. 독백 위주의 『유랑의 달』과는 달리, 대사가 신선하고 유머러스해서 인물들 간의 케미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이해가 안 되면 그냥 내버려둬라.”,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말자.” 편 가르기와혐오가 점점 심해지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 오민혜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