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는 포르투갈 국적의 축구인으로서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한국과의 접점이 있었다.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인연이지만, 그는 포르투갈 대표팀의 일원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리고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 진출 희비가 엇갈린 경기에 출전했는데, 바로 그 경기가 그의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였다는 사실도 놀라운 연결고리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알고 있는 벤투 감독의 과거 이야기는 대부분 그 정도에서 그친다. 그가 선수로서 얼마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고, 감독으로서 어떤 행보를 걸으며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한국의 미디어와 팬들은 벤투 감독의 ‘실패 사례’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도 여느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경험 많은 지도자였으니 나름의 흥망성쇠와 업앤다운이 있었던 것이 당연한데, 우리는 몇몇 실패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그를 한국 대표팀 감독에는 어울리지 않는 지도자라고 다소 낮추어 생각했던 측면이 있다.
과연 그러한 생각과 접근이 온당했을까? 이 책 『파울루 벤투 - 선수 10』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파울루 벤투라는 감독에 대해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있다. 단순히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괜찮은 경기력을 끌어냈기 때문만이 아니다. 축구인으로서 그가 갖고 있는 철학과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뜻깊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그와 함께 한 선수들이 왜 하나 같이 벤투가 추구하는 방향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인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이 책은 파울루 벤투라는 축구인, 그리고 그가 한국이라는 먼 이국 땅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보낸 시간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지만, 벤투 한 사람의 족적만을 짚어 보는 책은 아니다. 그와 함께 땀을 흘렸던 태극전사들의 면면을 확인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해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선수들만이 아니라 4년 4개월 벤투호의 역사 속에서 한 번이라도 붉은 옷을 입고 함께 항해에 나섰던 선원들을 함께 조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팀 벤투, 팀 코리아를 되돌아보는 것을 바탕으로, 다시 출발할 새로운 한국 축구 대표팀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전망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