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영국사에서 악명을 떨친 포악한 폭군과 왕위찬탈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정치의 잔혹사를 펼쳐내었다. 그는 혼란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검열과 법을 피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사극 〈헨리 6세〉 〈리처드 3세〉에서는 참담한 권력 쟁탈전을, 비극 〈맥베스〉 〈리어 왕〉에서 악한 통치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이태주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사랑과 정치』에서 사랑을 노래한 시인이자 비판적 정치역사극 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 삶과 작품 세계를 로마극으로 대표되는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코리올레이너스〉, 두 가지 텍스트를 중심으로 면밀하게 살폈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복잡 미묘한 성격 창조와 함께 사랑과 정치의 세계, 정욕과 이성, 이집트와 로마의 대립을 그린 비극이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안토니의 연정과 인품의 고귀함, 클레오파트라의 거듭되는 변신과 이율배반적인 행동, 두 연인의 열정적인 사랑, 정치적인 문제는 열띤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기원전 5세기 로마 방위에 전공을 세운 장군 가이우스 마르키우스의 생애를 소재로 한 〈코리올레이너스〉는 귀족 계층과 민중 계층의 극심한 대립을 그리고 있다. 전쟁에서 위기에 처한 로마를 구하고 로마 집정관으로 선출되었던 전쟁 영웅은 오만방자한 태도로 인해 로마 시민과 호민관들에게 반감을 사고 결국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전개되는 로마 시민들의 식량 소동, 귀족과 민중 계층 간의 극심한 갈등은 16세기 영국에서 발생한 농민폭동을 암시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정치극 속에서 혼란한 시대를 이용해 파벌정치를 펼치는 권력자들의 위선과 무능을 간접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일인 독재체제의 몰락을 위해, 깨어 있는 정의로운 민중들이 독재정치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할 것을 해결책으로 찾고 있다. 선과 악, 인간 실존의 모습을 보여준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방법과 지혜를 제시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