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역사의 기초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농업사의 고전!
농업은 전근대사회의 경제적 토대였다. 따라서 농업사는 전근대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이자 핵심적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서양문명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서양 일반의 농업사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서양에서 농업사 서술은 오랫동안 일국의 역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유럽 차원에서 개관한 농업사는 이 책 『서유럽 농업사 500-1850년』이 최초이다.
이 책은 특정 시대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서유럽 농업사 전반의 연구성과를 탁월하게 종합하고, 최초로 이론적 체계 위에 통계자료를 곁들여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어 오늘날까지도 이에 필적할 만한 책이 없는 서양 농업사에 관한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1960년 초판 출간 이후 이 책은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에서는 1999년 까치글방에서 처음 번역 출간되었으나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이 책의 중요성을 고려하고 일부 독자들의 요구가 있어 이번에 번역 개정판이 출간되게 되었다. 하지만 번역 개정판 출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저자와 그의 부인이 각각 2004년과 2009년에 별세하고 네덜란드의 원서 출판사가 흡수 합병되어 저작권 계약 주체를 쉽게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번역을 담당한 이기영 교수(동아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의 노력 덕분에 어렵사리 네덜란드 출판사와 연결이 되어 드디어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초판 번역본의 일부 오역과 부적절한 번역문을 바로잡았을 뿐 아니라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네덜란드어 고유명사들을 수정했으므로 개정 번역본이라 해도 무방하다. 특히 저자의 유려하고 쉬운 문체를 온전하게 번역한 글 덕분에 방대한 분량의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서양 역사를 배우고 싶은 일반 독자들 또한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서양 역사의 기초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세의 시작부터 1차 산업혁명이 완료되는 19세기 중반까지
인구변동과 농업발전과의 관계를 통해
서유럽의 역사를 새롭게 읽는다!
B. H. 슬리허르 판 바트는 이 책에서 중세의 기점인 500년경부터 1차 산업혁명으로 경제와 사회가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1850년경까지를 다룬다. 이 기간은 19세기 후반 이후와는 달리 인구의 대부분이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농업에 종사하고 농업이 경제적 기초를 이룬 시기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종농업과 축산업을 중심으로 시대별 농업경영방식, 농업기술, 농기구, 농업생산에 영향을 미친 인구와 가격 및 임금의 추이와 그에 따른 경기변동, 그리고 농촌사회의 계층구조와 그 변화 및 특기할 만한 농촌 역사상의 사건 등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측면에서 서유럽 농업사의 주요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농업사의 핵심적 문제는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라고 보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분석하고 이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이론화하여 서술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시한 것은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인구변동이다.
이 책은 인구가 증가하면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하여 농법의 개량을 통한 집약적 농업이 이루어지며, 인구가 농산물의 공급능력 이상으로 지나치게 증가하면 기근 및 전염병과 같은 위기 현상이 나타나며, 반대로 인구가 감소하면 곡물가격이 하락하여 조방적 농업이 이루어지고 경종농업에서 축산업으로의 전환이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저자가 한국어판 머리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인구변동과 농업발전과의 관계를 주제로 하여 농업사를 개관한 책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서론 격으로, 이 책의 목적과 취급범위를 밝히고 농업발전에 영향을 미친 여러 요인을 분석한다. 제2부는 500-1150년간을 농산물의 직접적 소비시대로 보고 고전적 봉건사회의 장원제와 농업을 고찰하고 있다. 교환경제가 확대되어 가는 1150-1850년간을 농산물의 간접적 소비시대로 본 제3부에서는 먼저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구와 가격 및 임금 문제들을 특별히 논한 후에, 이 시대를 1150-1550년간의 중세 후기와 1550-1850년간의 근대로 구분하여 농촌사회의 구조와 농업 그리고 주요 역사적 과정을 개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