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굴쥐, 조선, 〈이씨부인 유배기〉
“주인과 몸종이 아니라 서로 기대어 돕는 지게와 작대기라면”
“서로를 데려다 줄 수 있지 않을까?”
“‘편안할 안(安)’은 지붕 아래에 여인이 앉아 있는 모습이라,
집 안에 여인이 조신하게 앉아 있으니 어찌 편안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라고 말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집 밖의 풍경은 담 너머 보이는 남산만 보고,
시집 가는 가마에서도 창문 한번 열어보지 못한 사람도 있었답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사람, 세상 밖을 볼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금이가
시아버지 정기주가 국문(鞠問, 왕명으로 죄를 자백받기 위해 형장을 가하는 심문)을 받다 죽고,
남편은 교형을 당해 죽고 시어머니와 금이는 유배 보내져 관비가 됩니다.
담 넘어 남산만 보던 금이는, 이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세상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세상이라는 것이 어쩌면 오히려 좋을지도…?
때 되면 올라오던 밥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해질녘 갯바위 위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금이는 집안이 망하고서야 새로운 세상을 깨닫게 됩니다.
‘정씨’ 집안 여인으로써 의연하게 견디기를 요구받던 금이의 삶 한 폭을 함께 만나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