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드래기, 화순, 〈스무고개〉
“잡귀들이 어디 마을에 막 들어온단 말여?”
“그나마 정월대보름에나 달랜다고 봐주는겨”
정월 대보름은 부럼 까먹는 날이죠. 그리고 대보름에는 ‘보름차례’라는 제사를 지냅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모일 수가 없게 되면서, 사람들은 제사를 지내지 못했죠.
제사는, 귀신들에겐 맘껏 먹을 수 있는 날인데 말이죠.
[스무고개]는 화순의 이십곡리에 선 당산나무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기엔 시대를 뛰어넘어 귀신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습니다.
매년 당산제가 없으면 젯밥 얻어먹을 일이 없는 귀신들은
대보름에 배를 곯으며 모여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마다 기구한 사연 하나 없는데 귀신이 되었을리는 없겠죠.
동학군에 참가했다가 죽임을 당한 포수, 남평장서 넘어오다 죽은 장돌뱅이, 탄광에서 죽은 광부,
광주서 화순으로 퇴근하다가 계엄군을 만난 청년까지.
원통하고 억울하게 죽어 귀신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네 이야깃거리였습니다.
그건 단순히 재미나 흥미보단 그런 사건을 잊지 않고, 이웃과 가족, 친구의 원통함을 널리 전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잊어버리고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애도니까요.
[스무고개]는 이렇게, 어디의 누군가는 잊어버리고 지워버리고 싶었을 지 모르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다드래기 작가는 이런 작품을 하는 작가입니다. [달댕이는 10년차], [거울아 거울아], [안녕 커뮤니티],
[혼자 입원했습니다]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습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생소할 수 있는 화순에 서린 역사는,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한번 같이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