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편 : 권용득 〈지란방만두〉
한 자리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에겐 이야기가 있죠.
그 이야기는 때로 시가 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가 되기도 하고, 만화가 되기도 합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한 자리에서 자기 일을 끝끝내 이어간,
그래서 기어이 그 자리의 주인이 되고 만, 지란방만두.
가끔 우리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사실은 서로 이어져 있고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곤 합니다. [지란방만두]도 그렇습니다. 글로도, 만화로도 어정쩡하다는
열패감에 빠진 주인공, 권아람은 취미인 암벽등반에 매달립니다. 그로 인해 아내와의 관계도 삐걱이게 되죠.
만화에서 왜관은 한국 암벽등반의 메카, 인수봉이 있는 곳이자, 권아람의 고향이자,
역시 만화가인 아내의 작업실이 있습니다. 또, ‘지란방만두’라는 만둣집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만화, 암벽등반, 아내와의 관계, 그리고 왜관이라는 키워드는 주인공 ‘권아람’의
삶속에서 얽히고 설켜 이야기가 됩니다.
만화 [예쁜 여자]를 비롯해 [빨간약], [내가 살던 용산]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에세이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등을 써낸 권용득 작가는
만화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또, 실제로 요즘 클라이밍에 빠져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읽다 보면 이게 진짜인지, 아니면 허구인지 계속 의심하게 됩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나레이션이 개입하고, 주인공이 독백으로 말을 걸기도 하는 독특한,
그래서 더 매력작인 권용득 작가의 [지란방만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