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고 지루한 《삼국지》는 가라!!
역사상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세상에는 《삼국지》가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 《삼국지》에서 파생된 영화, 만화, 게임 등은 차치해도 정역이니 완역이니 아무개 본이니 하고 소설로 나온 책만 수십 종이 서점의 책꽂이 하나를 통째로 점령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어떤 것은 정통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수백 년 전의 작품을 그대로 직역하여 읽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어렵고, 이해할 수가 없으니 재미도 없고 끝까지 읽기도 힘들다. 하여 그런 책들을 읽은 독자들은 《삼국지》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갖기 쉽고, 《삼국지》를 읽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는 인생의 교훈이니 삶의 지혜 같은 것을 얻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아사히신문〉 선정 지난 1000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 요시카와 에이지! 그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고난 분산의 《통속삼국지》 등을 저본으로 삼아 새로 이야기를 덧붙이고 해설을 가미하여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삼국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1939년부터 〈중외산업신보〉에 연재하기 시작한 《삼국지》는 1940년 일본 고단샤講談社의 전신인 일본 웅변회 고단샤에서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되었고, 1956년에 롯코슛판六興出版에서 전10권으로 구성되어 출간된 이래 이 플롯을 기본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판형으로 출간되며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가 평역한 《삼국지》의 특징은 저자가 서문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저본으로 삼은 《삼국지연의》나 《통속삼국지》 등의 작품 중 어느 하나를 그대로 직역하지 않고 각 작품의 장점을 택해 저자 나름의 방식대로 새롭게 썼다는 데 있다. 즉 원작이나 역서에 얽매이지 않고 요시카와 에이지 류의 맛을 더하여 《삼국지》의 요시카와 에이지 본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일례로 《삼국지연의》 1회의 유비와 관우, 장비가 맺은 도원결의도 원작에서는 세 사람이 이리저리 재는 것 없이 시원하게 의기투합하여 곧바로 의형제가 된 것에 비해, 요시카와의 《삼국지》에서는 고뇌하는 청년 유비와 황건적에게 사로잡힌 미녀 홍부용의 인연, 괴력의 병졸 장비와 서당 훈장인 관우가 유비의 어머니를 만나 쌓은 교류 등, 원작을 과감히 개작하여 삼 형제의 인간성과 개성 등을 초반부터 독자들의 인상에 강렬하게 새겨놓았다. 실제로 세 사람이 의형제의 결의를 맺은 것은 1권 〈도원〉 편의 절반가량이 지난 이후다. 그전까지 삼 형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오롯이 저자가 창작해낸 이야기다.
또 삼 형제의 적으로서 악당이란 이미지가 강한 조조의 인간적인 매력을 부각시켜서 단순한 적의 역할이 아닌 인물로서의 존재감을 부여했다. 작품 속에서의 조조는 관우나 조운 등 뛰어난 무용을 갖춘 무장을 흠모하고, 통렬한 패전에 노심초사하는 한편 시적인 정취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시를 읊는, 실로 풍부한 인간성을 갖춘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소설 《삼국지》에 수없이 등장하는 영웅호걸 중에서 조조가 유비를 비롯한 주인공들에 버금가는, 혹은 넘어서는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요시카와 에이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렴결백한 유비, 지성과 무용을 겸비한 관우, 단순하고 폭력적이지만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장비, 충직하고 용맹한 조운, 천재적인 전략가이자 냉철한 합리주의자 제갈공명 그리고 조조와 동탁, 여포, 손권, 원소…… 등등 요시카와 에이지는 주역과 조역을 불문하고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에 이처럼 각자에게 맞는 개성을 입히고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그 캐릭터의 특성을 명확하게 했다.
즉,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가 재미있는 것은 자칫 무미건조하게 흘러갈 수 있는 《삼국지》라는 전기군담戰記軍談 소설이 저자에 의해 생명력이 부여된 살아 있는 캐릭터의 힘으로 각각의 에피소드에 다채로움이 더해져서 한결 풍성해진 이야기가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에 푹 빠져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가 《삼국지》를 읽으면서 으레 기대하는 인생에 대한 교훈과 삶의 지혜 또한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무협소설처럼, 때로는 스펙터클한 전쟁소설처럼, 때로는 인간관계와 처세술을 배울 수 있는 자기계발서처럼, 때로는 인생의 교훈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위인전처럼, 우리에게 감동과 재미, 교훈을 동시에 주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야말로 역사상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삼국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