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역사 그 뒤의 이야기
권선복(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이사)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고 싶다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인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과거의 역사를 기록해 왔고, 기록된 과거를 현재에 비추어 보면서 과거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소망을 예술로 승화시켜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소설 『경복궁의 유령』은 이러한 소망이 담긴 대체역사소설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달한 서구 문명의 등장으로 동아시아 국제정세가 혼란에 빠진 조선 말, 종묘사직의 운명이 경각에 걸려 있다는 현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권력 투쟁에 빠진 권력자들과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 치열한 삶의 전쟁을 벌이는 평범한 민초인 주인공들의 모습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동시에 작가의 풍성한 상상력을 담아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
소설은 세도정치의 꼭두각시나 다름없었던 철종의 붕어(崩御) 후 왕이 된 어린 고종과 그를 대신하여 조선의 권력을 손아귀에 넣고 흔들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에게서 시작합니다. 그의 노욕에 맞서 싸워나간 명성황후 민씨 부인의 이야기를 역사적 기반으로 하여 각자 다른 운명의 무게를 진 상태로 함께 어울려 자란 4명의 소년소녀들이 만들어 가는 일대기는 그야말로 대하극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으며, 무속 전승과 불가의 무공, 전설 속의 이무기, 구미호, 도깨비, 산신령 등의 환상적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이야기에 흥미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쓴 권오형 저자는 경기대 문학연구소 연구위원, 농민문학 이사 등을 거치며 『영원한 삶의 소야곡』, 『끝나지 않은 전쟁』, 『시베리아 횡단 열차』 등 다수의 소설 작품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과감한 토속적 소재, 다양한 방언 사용 등으로 작품에 한국인의 얼과 한을 담아내고 있는 소설 『경복궁의 유령』이 어떤 세대에게는 향수와 공감을, 어떤 세대에게는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