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는 사람』이 만난 책과 작가
『읽는 사람』을 통해 언급된 책은 총 385권, 작가는 296명이다. 한 명의 인터뷰이가 소개한 책은 평균 13권, 가히 ‘책과 책을 넘나들며 나눈 대화’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계기가 되어 준 첫 책부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책, 누군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 등 책에 대한 다양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읽는 사람』의 대화는 시, 소설, 에세이, 희곡 등 국내외 문학뿐 아니라 인문학, 역사, 경제, 자기계발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넘나든다. 또한 『읽는 사람』의 인터뷰를 진행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한국 사회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달라지는 아티스트의 성찰과 고민, 그로부터 선택받은 책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8년 요조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에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책의 지분이 제일 커졌”다며 『나쁜 페미니스트』, 『우리에게 언어가 필요하다』를 추천하고, 2019년 봉태규는 1980년대 교양서인 『가정대백과사전』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읽은 경험을 소개하며 ‘시대가 변했고, 이제 남성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말하며, 2022년 김신록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상의 패러다임이 넘어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알 수 없는 “그다음 세계”에 대한 고민을 『숲은 생각한다』를 통해 들려준다.
■ 『읽는 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
서로 다른 장르에서 각자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담은 『읽는 사람』에서 ‘책’은 그 무엇보다 가장 넓고 깊은 영감의 원천이다. 하지만 “그저 외로워서 읽어요.”라는 김새벽의 말, “기분 좋게 잘 수 있어서”라는 장기하의 말처럼 『읽는 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는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바로 그 이유와 다르지 않다. 홀로 만끽할 수 있는 고요함과 위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즐거움, 세계를 향한 즐거운 호기심, 삶의 지평을 넓힐 새로운 관점이 그것이다. 『읽는 사람』에는 이들이 걸어온 삶의 길목마다 친구처럼, 라이벌처럼, 때로는 선생님처럼 곁에 머문 책들이 담겨 있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곁에 놓인 책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나로 이끌어 준 내 곁의 책들을 차례차례 돌아보고, 앞으로 만나게 될 미지의 책들을 새록새록 궁금해하며 그려 보게 될 것이다.
■ 『읽는 사람』이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방식
『읽는 사람』의 인터뷰를 하나하나 읽어 보면, 사람과 책이 가진 고유한 매력과 깊이가 단번에 느껴진다. 매드클라운은 “솔직하고 필터가 없”는 찰스 부코스키의 시와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소음들만 모아 놓은 음악”인 힙합을 나란히 두며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인 “아름다운 소음”을 말하고, 박은빈은 루시언 프로이트의 “모든 작품은 자서전이다.”라는 말을 통해 아역부터 평생 이어 온 자신의 연기 인생을 “한 권의 박은빈”으로 소개한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인생 책이라고 꼽으며 “아티스트는 미적 감각에 대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힌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현실에 대한 불안과 꿈을 안고 쓴 글은 친절할 수 없기에 “불친절한 책”이 좋다는 영화감독 김초희의 말이 보여 주듯 『읽는 사람』에는 삶과 예술에 대한 이들의 철학이 가장 자연스럽고 본연에 가까운 말투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