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순간 포착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이야기
결혼을 앞둔 후지시마와 야요이의 관계는 설렘이라고는 전혀 없이 무덤덤하다. 흔히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그 후로는 정 때문에 산다는 말을 한다. 후지시마 역시 야요이를 사랑했지만, 그녀와의 관계가 이어질수록 점점 익숙해지며 처음과 같은 열정은 없는 상태다. 함께 했던 과거의 일은 기억에서 멀어지고, 현재의 일은 전보다 관심이 없다. 이러한 상태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동거를 하면서도 벌써 각방을 쓰는 후지시마에게 과거의 연인, 하루의 편지가 도착한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보낸 하루의 편지를 읽으며, 후지시마는 하루와 사진 동아리에서 만나 나눈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을 떠올리면서 야요이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확신하지 못하는 후지시마의 곁에서 갑자기 야요이가 사라지고 만다.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하루는 왜 9년 만에 편지를 보냈을까. 이 이야기는 인간은 왜 사랑하는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진정한 사랑의 형태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선명한 이미지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 시대의 새로운 서사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너의 이름은.〉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가와무라 겐키의 작품답게 영상미가 돋보인다. 먼저 하루가 여행을 간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부터 인도의 카냐쿠마리까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소 덕분에 이색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후지시마의 일상 역시 생명력이 넘치는 선명한 빨간색, 긴장감을 주는 흰색 같은 다양한 색채 묘사와 함께 밴드의 공연, 카페의 배경 음악, 바람 소리 등의 청각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입체감을 준다. 또한 연도의 차이는 있지만 4월부터 차례로 이어지는 각 장의 제목으로 자연스럽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글임에도 직접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이야기 속에 다양한 영화가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제목만 언급되기도 하고, 특정 장면을 묘사하기도 하므로 어떤 것일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제목으로 쓰인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April come she will〉, 후지시마와 야요이가 함께 본 영화 〈이터널 선샤인〉과 〈그녀〉 등으로 이들의 관계를 묘사하는 것이 눈에 띈다. 사랑을 다룬 작품들과 이를 감상하는 인물들을 배치하여 이해를 돕는 한편, 픽션과 현실을 대비시키는 효과를 주어 위에 언급한 묘사와 더불어 영상미를 더욱 강하게 느끼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