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밝혀지는 진실과 사일로의 실체,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
2007년, 나노바이오테크센터(CAN)는 언젠가 인간 세포보다 작으면서 의학 진단을 내리고, 상처를 고칠 뿐 아니라 자가증식까지 하는 로봇을 만들어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의 개요를 잡았다. 같은 해, CBS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프로프라놀롤이 미치는 영향을 다룬 프로그램을 재방영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알약 하나로 어떤 트라우마든 지울 수 있음이 밝혀졌다는 내용이다. 인류는 그 폭넓은 역사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완전한 몰락을 가져올 수단과,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능력을 함께 발견한 것이다. _ 《시프트1》 7P
2049년, 하원의원 도널드 킨은 자신의 상사인 상원의원 서먼의 명령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한 시설의 설계를 맡게 된다. 서먼은 지하 깊숙이 지어질 이 시설이 사용될 확률이 극히 낮은, ‘만약을 대비한’ 건물이라며 전당대회까지 건물을 완성할 것을 도널드에게 당부한다. 일정에 맞추기 위해 급하게 설계가 진행되는 동안 도널드는 시설의 목적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게 되고, 그럼에도 자꾸만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약으로 억누르며 시설 설계를 계속 진행한다. 그리고 마침내 전당대회 날, 미국 역사상 유례없이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고, 행사가 진행되던 중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들 변화가 시작되고, 도널드는 그 변화에 휩쓸리게 된다.
전 세계에 울 신드롬을 일으킨 두 번째 이야기
당신이 살게 될 미래에 대한 재현 같은 예언!
사일로 연대기의 두 번째 시리즈인 《시프트》는 전작 《울》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울》에서 나선형 계단으로 이루어진 수직의 지옥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프트》에서는 그 지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어떻게 관리되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풀어낸다.
휴 하위는 ‘사일로’라는 가상 세계의 목적과 설계 단계를 현실의 정치, 경제, 환경적 요소를 근거로 독자에게 전달하며, 그 결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현실을 자신이 창조해낸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때문에 분명 세밀하게 창조되고 가공된 미래의 이야기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독자는 작가가 작품 속에서 들려주는 ‘예언’을 우리 세계를 담아내는 거울이자 ‘재현’처럼 인식하게 되고, 이는 곧 높은 가독성과 서사에 대한 이해도로 이어진다. 《울》에 이어 연이어 터져 나오는 흥미진진한 반전, 기억과 재현에 대한 윤리적 사유, 각 인물이 처한 현실적이고 현재적인 상황과 그들이 던지는 질문. 이 모든 것들을 따라가며 답하는 동안 독자는 이 방대한 이야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듯, 숨 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상력이 이루어낸 장대한 위업. 당신은 이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다.” _ 저스틴 크로닌
■ 줄거리
2110년, 사일로1에서는 소수의 관리자들이 6개월씩 번갈아 냉동 수면을 하며 1부터 50까지의 사일로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리자들은 모두 냉동 수면 이전의 기억과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관리자 중 한 명인 트로이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사일로12가 무너지게 되고, 트로이는 자신의 실수와 그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약을 먹지 않기로 결심한다. 잊으려는 사람들과 기억하려는 사람들,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일을 하는 동안, 가려졌던 진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