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고난과 시련의 폭풍
사일로를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투쟁
사일로에 감춰졌던 비밀이 한 겹씩 벗겨져 나가고, 《울》과 《시프트》를 거쳐 그동안 단절되어 있던 각 사일로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돕거나 증오하기 시작한다. 줄리엣은 지하를 파내어 잔뜩 녹슨 거대한 채굴 기계를 발견하고, 남겨두고 온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7번 사일로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시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굴착에만 전념하던 줄리엣에게 반기를 든 사일로의 시민들(주로 종교 단체의 신도들)과 다툼이 일어나거나, 자신의 신념에만 사로잡혀 오로지 변화만을 추구하는 줄리엣으로 인해 18번 사일로 핵심 구성원들 간의 마찰이 일어난다. 줄리엣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희망’을 직접 두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또다시 밖으로 나갈 결심을 굳히게 된다. 한편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1번 사일로의 책임자 도널드는 병들어가는 몸으로나마 줄리엣을 돕고 싶어 하지만, 줄리엣은 그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자꾸만 커지는 오해와 갈등 속에서 줄리엣과 도널드는 각각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고, 거대한 비극이 시작된다. 수많은 시련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줄리엣은 점차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내려 애를 쓰기 시작한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저는 기꺼이 나아갈 생각입니다.”
너와 나를 이어주는 ‘우리’라는 방향
사일로 연대기의 마지막 시리즈인 《더스트》는 1편인 《울》과 2편인 《시프트》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인물이 등장해 다양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만큼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많은 감정선이 담겨 있지만, 휴 하위는 이 모든 것에 소홀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부여한다. 시장인 줄리엣은 그 책임감과 정의감,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매력적이고 선한 캐릭터다. 그러나 1편 《울》에서부터,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주변 사람들, 심지어는 가장 가깝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에도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는 거대한 약점 또한 동시에 가지고 있다. 도널드 역시 2편 《시프트》에서부터 자신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타인을 돕고자 하는 좋은 사람이지만 동시에 섣부른 판단으로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렇듯 ‘사일로 연대기’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장점과 동시에 단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기에 서로를 믿는 한편 그 믿음에 대한 증명을 좀처럼 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더스트》에 이르러 사일로를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 계속되는 동안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성장시킨다. 그들이 찾아낸 해답은 서로를 믿고, 너와 나를 이어, ‘우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답을 찾기 위한 인물들의 처절한 노력과 유대를 곁에서 지켜봐 온 독자는 이후 투쟁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줄리엣이 이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 강렬한 쾌감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1편과 2편을 넘어 우리가 도착한 지점에서, 우리는 이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아주 미세하지만 명백히 달라진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야기가 가지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진짜 사람들과 진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독자들에게 이만한 울림 을 갖는 것도 그래서라고 생각한다.” _ 휴 하위, 2013년, 《더스트》 출간 후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