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데 외로워
삶이란 원래 고난의 연속이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나를 겪고 나면 다른 문제가 다가온다. 입시, 취업, 실직, 질병, 죽음 등 평온한 삶을 위협하는 요소는 인생의 전반에 걸쳐있다. 그러나 인생이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기에 우울증 백만 명의 세상을 도래하게 했을까.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온오프상의 여가 거리의 수도 폭발적으로 늘고, 대한민국은 오천년 역사 이래로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맞고 있지만 세상이 발달할수록 우울증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우울증 환자 수는 지난 5년 간 무려 7배나 늘었다. 친구가 있어도, 애인이 있어도, 가족이 있어도 외로운 시대. 어쩌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독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사랑하는데도 외로운가. 사랑하는데도 외롭다면 어떻게 이 쓸쓸한 시대를 감내할 수 있는가.
|먼저 겪어 본 사람이 털어놓는 솔직한 이야기
치료를 받지 않고 홀로 우울증과 맞서 싸울 수는 없다. 우울증은 명백한 질병이며 효과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과 싸운다는 것은 최적의 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적의 치료란 나와 맞는 의사, 나에게 맞는 약물 찾기, 그리고 삶에 지치지 않는,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긍정적 태도를 말한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가 비우울증 환자처럼 일상에서 힘을 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들에게는 샤워 한번, 산책 한번이 막강한 미션과 같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증상이 심해질수록 관계를 끊고 홀로 고립됨을 택한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에게 힘내라는 말은 오히려 해내야한다는 강제력으로 다가오고, 강제로 힘을 내야한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더 위축되게 만든다.
그런 상황에서 작가가 선택한 삶, 그것은 긍정적 환자다. 작가는 일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삶의 나침판을 정해 일상의 아주 소소한 영역에서 기쁨을 발견했다. 지나가는 고양이, 얌전하게 끓인 아욱국, 남편의 응원 한마디에 큰 의미를 두었다. 의미가 커질수록 하루를 버티는 힘이 생기고 하루가 의미 있어 질수록 삶이 가치 있어 졌다. 작가가 삶을 대하는 솔직한 태도를 통해 지친 하루를 어떻게 위로 할지, 달라만 보이는 나만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힘을 낼 수 있다. 이 책은 이 시대 외로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따듯한 응원서다.
|중증 우울증 환자로서의 삶
작가는 첫 우울증 진단을 2003년 스물여섯 살 때 받았다. 그러나 아마도 일찍부터 소아우울증을 겪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화목하지 못한 가정, 인정에 대한 욕망, 사랑에 대한 갈망, 병으로 인한 고통, 마흔 다섯이란 나이에 시험관,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임신종결, 산후와 육아우울증 까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우울증을 겪었다. 심할 땐 년도와 장소, 결혼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방송작가로 열심히 살았고, 사랑도 치열하게 했으며, 목숨 걸고 쌍둥이도 낳았고, 이 책도 썼다. 20년째 중증 우울증과 동거하며 어떻게 힘 쎈 여자로 살 수 있었을까. 작가는 중증 우울증 환자라 해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저마다 차이가 있듯 다르지 않음을 작가는 자신의 삶의 모습으로 규정했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게,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외로운가요? 우울한 가요? 나도 그렇습니다
삶은 의미를 부여함으로 가치가 있어진다. 어떨 땐 열심만이 추진력 있게 삶을 이끌어가기도 하지만 어떨 땐 앉아 쉬는 것만이 삶을 유지하게 하기도 한다. 당신이 우울감을 느끼는 형편이든,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든, 중증의 우울증을 앓고 있던가에 상관없이 깨달아야 하는 사실은 별거 없다. 우리는 실패작이 아니며 우리는 멍청하지 않다. 삶은 때때로 우울하며 때때로 즐겁다. 스스로를 우울증 환자라고 받아들이고 일상의 무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다만 우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귀를 막을 것. 이를 위해 작가는 우울에게 “우울씨”라는 별명을 붙여 인격화했다. 우울씨가 읊조리는 부정적인 소리에 설득되지 않도록 우울씨를 동거하는 친구로 만들어 어떨 땐 달래고 어떨 땐 나무랐다. 우울씨의 말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야 하기 위해.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우울증 백만 명 시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시대. 2021년 기준 국내 우울증 환자 수는 무려 93만 명이다. 2023년은 백만 명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당연시 예상되고 있다. 가족 중에도, 지인 중에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사회적인 시선도 예전에 비해선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울증은 정신병이라는 인식이 높아 허심탄회하게 커밍아웃하지 못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병과 병증을 숨기며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인다.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도 살펴 들어보자. 혼자만의 사투가 되게 하지 말고, 이 책으로 공감과 위로를 받아보자.
|생로병사의 비밀 작가, 우울증 환자가 되다
의학 프로그램의 작가가 환자가 되면, 그것도 정신과 약을 먹은 환자가 되면 그의 삶은 어떤 모양으로 유지될까. 공교롭게도 작가 역시 스스로가 우울증임을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20년 가까이 지나서야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털어놓았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울증을 앓는 작가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작가는 중증의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방송작가로 치열하게 일했고, 치열하게 사랑했고, 치열하게 육아를 하고 있다. 중증의 우울증 환자가 어떻게 보통 사람보다 더 열정적으로 또 긍정적으로 삶에 임할 수 있었을까. 마음의 힘을 잃지 않은 그 비결을 이제야 용기 내 공유한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권하고 싶은 책
저자의 지난 세월을 함께 들여다봄으로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우울증, 혹은 잠재적 우울증에 대해서 훨씬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해와 소통을 위함이다. 어쩌면 그게 나일지도, 내 연인일지도, 내 가족일지도 모르니까.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큰 보탬에 될 테니까.
편집자 리뷰
∴ 우울하다면 어떻게 견뎌야할까
대한민국은 행복하지 않다. 해야 할 일도 너무 많고, 비교대상도 너무 많다. 사람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지게 잘 살고 있는 건지. SNS를 들여다보면 나를 제외한 세상 모두가 행복하다. 왜 나만 이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SNS 글을 수년간 관찰하면서 반드시 책으로 나와 더 많은 독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실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버티는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실제로 돕는 일인지를 알리고 싶었다.
이 책이 다른 에세이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작가 자신이다. KBS의 〈생로병사의 비밀〉을 시작 때부터 만들어온 작가이기에 의학적인 지식이 풍부했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병을 인정하는 데에도 병원을 찾는 데에도 십수 년의 세월이 걸렸다. 의학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첨단 의학 지식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병만은 늦게 인정했다. 그러나 치료를 받으면서는 그 풍부한 의학지식으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20대 중반에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4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의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비단 우울증 뿐 아니라, 연애, 결혼, 육아, 반려견 등 요즘의 20, 30대 여성들의 삶의 고민들이 작가에게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울했기 때문에 살펴 볼 수 있는 일상의 디테일이 있고, 우울하기 때문에 외면해야 하는 삶의 무게가 있다. 남들과 다른 그러나 결국엔 같은, 매 순간의 사건과 고민, 그리고 결정의 과정이 같은 고민 속에 있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동질감과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