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임정 오영애, 인생 에세이 ‘굿모닝 예스터데이’ 공개
청전 이상범 화백 마지막 수재자 오영애
인천 대표 여성 화가로 인천 여성 인권 신장 앞장 스토리
인천서 40여년간 선생님 재직, 경험한 사람·공간 추억의 에세이
오영애 “어제는 오늘의 거울” “삶은 반가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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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임정 오영애(76·사진)가 8일 인생 에세이 ‘굿모닝 예스터데이(출판사:동양북스)’를 공개했다. 오영애는 청전 이상범 화백의 마지막 수재자다. 에세이는 오영애의 그림이 아닌, 글로 채워졌다. 인천지역 대표 여성 화가로서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서고, 인천에서 선생님으로 40여년간 재직하며 경험한 사람과 공간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오영애와 인천의 인연은 지난 1970년 3월, 영종중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음악 선생님까지 겸직하게 된 오영애의 별칭은 ‘풍금 잘 치는 미술 선생님’이었다. 당시 미혼으로 서울에 거주하던 오영애의 출근길은 치열했다.
서울 돈암동에서 택시→종각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동인천역 도착→다시 택시로 만석동 선착장→배를 타고 영종 선착장→다시 버스로 영종 중학교까지.
매일 같이 편도 3시간 걸리는 출근길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20대 섬마을 선생님 오영애의 눈에는 대한민국 격동기 삶의 현장 그 자체로 다가왔다. 부임 첫해 봉급 5만원, 하숙비 3만5천원, 통닭 한 마리 250원인 등 당시 물가 상황은 물론 야외 스케치 수업 중 뱀이 출몰하고, ‘메이드 인 영종’ 달걀 5개를 짚 꾸러미로 묶어 선착장 장터에서 뭍으로 이른바 ‘수출’하는 모습 등 지금은 인천국제공항이 자리 잡고 경제자유구역인 영종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다.
“누구의 처, 누구의 마누라,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
오영애는 1970년 인천을 ‘여성 이름이 없는 인천’으로 회상했다. 부당했다. 오영애는 여성의 잠재력과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영애는 인천미술협회에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렇게 구성된 총 13인의 여성 작가는 마침내 1980년 서양화 여성, 여성 한국화, 여성 조각회 등 분과로 독립하고 인천미술협회 내 별도 인천여성작가회를 구성했다.
오영애는 인천여성작가회 회장을 맡았다. 운영하면서 겪은 시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오영애는 200차례가 넘는 단체전과 개인전 활동으로 끊임없이 여성의 이름과 실력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들의 날갯짓은 향후 국제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개막의 초석이 됐다.
더는 여성 이름이 없는 인천이 아닌, 오히려 여성을 주축으로 전 세계에 인천을 알릴 수 있을 만큼 여성의 힘이 강하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그녀는 향후 인천미술협회 부회장과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한국화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오영애는 “어제는 오늘의 거울”이라고 했다. 그녀는 에세이 제목 그대로 어제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오영애는 “지루한 삶은 없다. 시련도 없다. 내 삶 속 모든 사람과 공간은 그저 반가운 존재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정 오영애의 인생 에세이‘굿모닝 예스터데이’ 출판기념회는 오는 15일 인천하버파크호텔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