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同情) 없는 세상에서
동정(童貞) 없는 세상을 꿈꾸는 십대의
“한번 하자”로 이어지는 재기발랄한 성장담!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박현욱의 첫 장편소설
새해, 새 모습으로 찾아온 박현욱의 소설
2001년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동정 없는 세상』,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아내가 결혼했다』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박현욱 작가가 지금껏 펴낸 네 권의 책이 새 모습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올해로 등단 12년. 탁월한 입담과 재치로 무장한 박현욱의 작품들은, 세대를 뛰어넘는 깊은 공감과 예측불허의 논쟁적인 소재가 주는 신선함, 사랑과 연애, 섹스에 대한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통찰을 담아낸다. 작가가 지금껏 펴낸 세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이 강력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힘이 여기에 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감대는 더욱 깊어진다. 이미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 그의 책이 반가운 이유다. 일관성 있는 포맷 위에 각 작품의 개성을 잘 살린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옷을 입고 찾아온 박현욱의 책들은,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그의 작품이 그만의 색으로 반짝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이 독자들의 책장 한편에서 그만의 색으로 빛날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자 박현욱의 첫 장편소설인 『동정 없는 세상』은 이제 막 수능을 치렀으나 대학 진학에는 별 뜻이 없고 여자친구와 “한번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주인공 준호가 어떻게 그 시절을 통과해나가는지를 경쾌하게 다루고 있다. “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나는 이 소설은 이 시작과 끝의 언어, 그사이의 변화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섹스’ 말고는 어른이 되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는 십대 준호가 ‘변화’하는 과정이 진부한 통념을 산뜻하게 배반하면서 외설스럽지 않고 밝고 가볍고 건강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동명의 영화와 대비되면서 성인을 목전에 둔 십대 남학생의 이야기를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 어리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힘이다.
추천사
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고 어떡하면 여자하고 한번 자보나, 오로지 동정(童貞) 딱지 떼는 일에만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골몰하는 고3 십대의 성(性)의식을 정면으로 다뤘는데도 조금도 외설스럽지 않고 밝고 가볍고 건강하다. 성적 자극에 대책 없이 노출된 청소년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었으면 싶게 교육적이면서도 되잖게 누굴 계몽하려 들지 않는 것도 이 소설이 상쾌하게 읽히는 까닭이다. 야하면서도 건전하고 불순하면서도 순수한 젊은 호흡이 느껴진다. -박완서(소설가)
이 소설은 “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난다. 그런데 외관상 동일한 그 시작과 끝의 언어 사이에는 중요하게도 악센트의 차이가 있다. 시작과 동결의 두 지점 사이에는 소년의 ‘변화’가 발생해 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는 소년의 ‘전환’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성장한다는 것이 오히려 성인의 세계를 떠나는 일이라는 독특한 메시지를 담은 독특한 성장소설이다. -도정일(문학평론가)
『동정 없는 세상』이 풍부한 잠재력을 지닌 한 문학적 재능의 산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섹스에 대한 욕망과 환상에 빠져 있는 십대 소년의 이야기를 적절한 디테일을 갖추면서도 쾌활한 템포로 풀어가며, 어쩌면 싱거웠을지 모를 그 이야기를 인간 성장의 보다 넒은 맥락에서 다양하게 읽히게 만든다. -황종연(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인생은 아이러니하고 나는 행운아다.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가령 하다 만 공부라거나 짧았던 직장생활이 그러하고 또한 인간관계들, 그러니까 사람을 소망하고 단념하는 나의 방식들이 그러했다.
반면에 정작 잘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글 쪽에서는 자알 한다며 소설가 타이틀을 달아주고, 상도 주고, 돈도 주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 무슨? 그나저나 글이 밥이 되다니!
이 소설은 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렇게 십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이제 개정판까지 내게 되었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소설들이 많이 있고, 그 중에 훌륭한 소설들이 적지 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이지 고마운 일이다. 전적으로 당신 덕분이다. 고마워요.
2013년 1월
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