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지 꾸준히 하는 ‘운동’이 없다면?
혼자 있고 싶다가도 가끔은 함께하는 ‘즐거움’이 그립다면?
‘아이 캔, 유 캔, 위 캔, 주짓수!’
‘예능에서 소개한 여행지에 마음을 빼앗겨 비행기 티켓을 알아본다.’
‘드라마 주인공이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에 반해 원 데이 쿠킹 클래스를 신청한다.’
‘SNS에서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영상을 보고 진지하게 장비 구매를 고민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법한 경험이다. 무언가에 꽂혀 홀린 듯이 검색하고 알아보는 일. 주위를 둘러보면 시작하고 싶은 일은 차고 넘치며 새로운 시도는 늘 설렌다.
‘매일매일 타이핑을 하는 탓에 양쪽 손목이 나간 지 3년. 불규칙한 생활 패턴 탓에 원인 불명의 만성 두드러기를 앓은 지 7년.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적게 먹으면 기력이 떨어지는’ 서른넷, 저자는 우연히 주짓수 체육관에 발을 딛게 된다.
그동안 헬스, 요가, 골프…… 어떤 운동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매번 도중에 그만두었지만 이번만은 왠지 다를 것 같았다. 자기 계발, 취미, 호신 등의 뚜렷한 목적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주짓수의 지읒도 몰랐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두툼한 도복을 입고 몸풀기로 20분만 드릴을 해도 땀이 떨어지고, 백초크, 암 바, 클로즈가드, 트라이앵글 초크 등 이름도 생소한 기술은 스파링을 통해 일단 몸으로 익혔다. 승급을 축하하는 띠빵을 처음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던 순간, 다리가 접질리고 손목을 다치는 부상을 당하고, 벨트에 첫 그랄을 감던 순간 등…… 주짓수와 동고동락한 1년 남짓의 시간은 저자의 삶을 이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았다.
주짓수를 해 보면 안다. 아무리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해도 막상 실전에서 상대에게 기술을 걸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부상도 잦고 격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안전한(!) 운동이라는 것을. 스파링하는 모습을 보면 이리저리 얽혀서 다 같은 기술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법칙과 계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승패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즐기게 되는 유쾌함이란,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 순간을 온전히 몰입하여 배우고 나오는 일이 과연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될까 싶은데 주짓수에서는 가능하다.
‘운동을 마치고 거친 숨을 고르며 벽에 기대앉아 사람들과 나누는 소소한 수다’가 삶의 복잡한 문제를 잊게 한다. ‘함께하지만 관계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함께하면서도 뭔가 이루어야 할 목적이 없기에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심플한 관계’가 혼자이기를 자처했던 지난날들에 위로가 된다. 신상 도복을 사기 위해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광클을 했다는 이야기, 도복 바지 끈은 앞보다 옆으로 매는 것이 덜 풀린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난날 친구들과 하릴없이 떠들던 수다와 결이 비슷해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밝아지고 유쾌한 기분마저 든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의 눈에 포착된 이런 풍경은 이미 주짓수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공감대와 화제를 형성하기 충분한 #주짓수_일기이며, 아직 낯선 이들에게는 그 세계가 궁금해지고 ‘우리 동네에는 어디 없나?’ 찾아보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꾸준히 하는 ‘운동’이 없다면, 혼자 있고 싶다가도 가끔은 함께하는 ‘즐거움’이 그립다면. 그럼 바로 주짓수의 세계로 입문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아이 캔, 유 캔, 위 캔, 주짓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