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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빛

아무것도 아닌 빛

  • 정영선
  • |
  • |
  • 2023-02-28 출간
  • |
  • 260페이지
  • |
  • 135 X 200mm
  • |
  • ISBN 978898218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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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빨치산과 히로시마 원폭 피해,
60여 년의 세월을 건너는 사랑과 믿음의 비가(悲歌)

『아무것도 아닌 빛』의 무대는 도시 주변부이고 주된 등장인물도 노년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산의 외곽 끝자락인 낙동강 유역 ‘은곡’의 서민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90세를 전후한 연치의 남녀 노인을 중심에 두고 이들과 연관한 여러 인물을 주위에 배치하고 있다. 시간도 팬데믹에 처한 최근 몇 년 동안이다. 노년의 삶이 그렇듯이 단조로운 일상의 사건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그 아래 각기 복잡다단한 개인사가 내장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우연하지 않게 같은 아파트 단지에 모여 살게 된 오랜 인연을 지닌 사람들의 관계를 추적한다. 이들은 예외적일 만큼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로서 주변부 서민아파트로 모여들었기에 그 만남이 자연스럽다.
작가는 텍스트의 입구에서 “신불산 유격대 활동과 사상범의 수감 생활은 『신불산-빨치산 구연철 생애사』”를 참조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창작의 계기가 실존 인물과 연관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줄곧 ‘구연철’에서 비롯한 ‘안재석’을 일인칭 주인공으로 극화하여 서술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물론 실재와 허구,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일은 소설의 특권이므로 텍스트 해석에서 ‘구연철의 생애사’는 하나의 참조 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먼저 텍스트를 진행하는 동력인 플롯을 찾으면 이 소설을 구성하는 큰 뼈대가 남녀 두 노인의 ‘특이한 사랑’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빨치산으로 신불산에서 활동하다 휴전 이후에 체포되어 삼십 년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안재석과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향자’는 서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전쟁이 나기 전의 도피 과정에서 수정동에서 안재석이 조향자를 두 번 만나지만 안재석이 기억하는 만큼 조향자는 그를 인지하지 못한다. 소설의 결말에서 보듯이 다수의 도피자가 수정동의 조향자 집을 은신처로 삼았으니 숨겨주는 이보다 숨는 이의 절박한 마음이 더 오래 남았고, 안재석이 감옥에서 고문에 못 이겨 조향자를 아내라고 둘러댄 부채감과 죄의식도 기억을 고착한다. 따라서 ‘사랑 이야기’는 플롯의 유형을 규정하는 측면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오히려 둘의 다른 기억과 마음에 기반한 성격의 차이를 먼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은곡에서의 만남에서 잘 드러난다. 안재석이 육십 년도 더 된 과거를 생각하며 조향자가 사는 이곳으로 이주한 행위와 달리 조향자는 그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소설은 두 사람이 만드는 사건의 치열함이 아니라 두 사람을 나란히 병치하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성격화하고 이들과 연관한 인물들을 드나들게 만든다.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에서 굳이 인물의 경중을 따진다면 조향자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안재석이 한 시대의 행위자였다면 조향자는 어두운 고난의 시대를 고스란히 품고 산 인물이다. 2부 ‘여든 살의 독서모임’은 조향자를 주 인물로 내세워 서술하는데 이 지점에서 전체 서술에서 시점의 교차를 확인할 필요를 느낀다. 이미 말한 대로 1부 ‘누가 말했는가’ 1~4장은 일인칭 전지의 안재석 시점이고 2부 ‘여든 살의 독서모임’ 1~4장은 삼인칭 전지의 조향자 시점이다. 1부와 2부를 보면 확실히 안재석과 조향자를 병립하려는 서술 의도가 분명하다. 그런데 3부 ‘지금, 여기’는 1장을 일인칭 전지의 류정일 시점으로, 2장을 일인칭 전지의 안재석 시점으로 서술하여 류정일과 안재석이 각기 자기를 말하게 한다. 다시 4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1~3장은 삼인칭 전지의 조향자 시점으로 돌아오고, 마지막 5부 ‘기억의 주름’은 1~3장을 일인칭 전지의 안재석 시점으로, 4장을 삼인칭 전지의 조향자 시점으로 마감한다. 우선 외적 형식으로 보더라도 이 소설에서 안재석과 조향자가 주요하고 이들의 사이에 류정일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남성 인물을 일인칭 주인공 서술자로 극화한 반면 여성 인물은 서술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안재석의 정동을 따라서 서술하려는 작가의 의도와 연관한다. 그 마음의 중력이 조향자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길고 긴 생애의 우여곡절이 품고 있는 많은 수수께끼에 대한 답은 5부 ‘기억의 주름’에서 제시되며 특히 마지막 3장을 통하여 조향자의 시점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점에서도 이 텍스트가 지닌 기억과 욕망의 역학은 능동적 인물인 안재석을 수동적 인물인 조향자가 감싸 안는 형국이다.
2부 ‘여든 살의 독서모임’의 1, 2, 3장이 조향자의 고단한 생활 세계의 구체적 세목을 서술하고 있다면 4장은 독서모임에서 받아온 『정음』이라는 책을 매개로 그녀의 생애에 얽힌 내력을 소급한다. 사실 이 한 장으로도 서사의 충동이 차고 넘친다. 자신의 태생부터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끌어준 류정일, 그리고 부모와 같이 원폭 피해자로 원자병으로 고생하고 치매를 앓다 죽은 남편 동준과 파혼과 실패를 거듭하며 자살한 아들의 이야기를 숨 가쁘게 회상하기 때문이다.
3부의 1장은 일인칭 주인공 서술자가 류정일이다. 다른 빨치산 동지인 박동배, 이영섭이 안재석의 서사 속에 포함되고 원폭 피해자인 이동준이 조향자의 서사 안에서 서술되는 양상과 다르게 독립되어 있다. 그만큼 류정일이 여러 내러티브를 연결하는 결절점의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패전과 더불어 류정일은 오사카 츠루하시를 떠나 시모노세키에서 도항이 여의치 않자 야마구치 조선학교 주변에서 머물다 해가 바뀌면서 향자와 함께 부산으로 귀환한다. 『정음』은 조선학교의 한국어 교재이며 향자와 동준도 이 책을 통하여 정일의 지도하에 한국어 교습을 받는다. 야마구치는 정일과 향자와 동준을 연결하는 처음의 장소이다. 그리고 향자가 정일의 죽은 누이동생의 이름을 받은 탓도 있지만, 그들은 남매 역을 하거나 부부 역을 하며 귀환에 성공하여 수정동에 정착하게 된다.
4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1~3장은 2부에 이어서 다시 삼인칭 전지의 조향자 시점으로 돌아온다. 1장에서 ‘장수원’으로 가야 한다는 어지러운 심경에서 들른 국밥집에서 안재석을 만나고 그가 조향자의 집에서 잠을 청하는 사건이 생긴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는 그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녀는 남편과 아들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지녔고 열일곱 평 아파트를 나와서 장수원으로 가기를 권유당하는 말년의 처지에서 다른 누구를 진지하게 알려고 하는 의지를 갖지 않은 듯하다. 또한 세상의 풍파를 겪으면서 터득한 ‘수동적 능력’이 그녀로 하여 분간하고 구분하는 일을 거부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하튼 이렇게 안재석은 조향자의 죽은 남편이 기거하던 방에서 잠을 자고 모자를 둔 채 나오게 되며, 이러한 사건은 조향자가 다시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에서 겨우 벗어나 시모노세키를 거쳐 야마구치에 이르러 그녀를 만난 남편의 신산한 삶을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오래전에 간직한 희미한 빛이었다. 영감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도, 꼭 심장 뛰는 소리처럼 들렸다”라는 구절로 끝난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오래전에 간직한 희미한 빛”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조향자에게 아들은 “크고 밝은 별”인 “금성”과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남편과 아들의 부재는 그들의 유골을 흘려보낸 그림자의 강과 같은 세월을 남긴다. 이러한 가운데 그녀의 내면에 “오래전에 간직한 희미한 빛”은 결코 아무것도 아닌 빛이 아니다.
해방과 한국전쟁 시기를 훌쩍 뛰어넘어 팬데믹으로 어두운 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에 빛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안재석과 조향자가 여러 인물과 어울려 만든 사랑과 믿음은 비가(elegy)로 그치는가, 아니면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인가? 이 소설은 이와 같은 마음의 문제를 탐구한다. 그래서 시적인 아름다움을 품는다.

목차

1부 누가 말했는가
2부 여든 살의 독서모임
3부 지금, 여기
4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5부 기억의 주름

해설 사랑과 믿음의 엘레지 | 구모룡(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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