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32일간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 여행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태국 42일간, 베트남·캄보디아·태국 52일간, 필리핀 29일간, 타이완 21일간, 미얀마·라오스·베트남 38일간의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이 글은 그때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필자는 왜 남들이 자전거 여행 가기를 꺼리는 동남아시아로 갔는지 자문해 본다. 동남아시아는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고, 경제 수준이 낮고, 말라리아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고, 또 언제 어떻게 해를 입을지 모르는 치안이 불안한 곳이 아닌가? 반은 틀리고 반은 모른다는 게 필자의 대답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것은 맞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인심이 넉넉하고 마음은 여유롭다. 치안이 불안하다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필자는 7개월 넘게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서 한 번도 신변 불안을 느껴 본 적이 없다. 필리핀에서는 오히려 가슴에 와닿는 친절을 더 많이 경험했다. 그곳은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이나 열악한 위생 시설로 인한 전염병이 무섭다고 한다. 동남아시아를 자전거 여행하면서 필자도 모기에게 많이 물려 보았지만, 뎅기열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이나,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질병에 걸린 적이 없다.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 중에 만난 어떤 미국인은 우리나라에 자전거 여행을 가고 싶지만, 한국의 모기가 무서워서 가지 못하겠다고 했다. 일부 미국 사람의 몰이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인터넷에 동남아시아 갈 때는 반드시 예방주사 맞고 가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짧은 패키지 여행 갈 때도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한다. 유비무환은 좋다. 하지만 도를 넘는 걱정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킬 수 있다. 혹시나 하는 우려 때문에 동남아시아만이 줄 수 있는 무한 매력까지 포기할 것은 없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