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모두에 밝혀 둔다. 저자는 특히 황제(皇帝)와 교황(敎皇)의 대립(일명 카노사의 굴욕),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교황 구금, 루터의 종교개혁의 여파로 일어난 1년 내 10만 명 이상의 농민이 죽은 독일어권(주로 독일, 오스트리아)의 농민전쟁(農民戰爭),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30년간의 전쟁 등은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피상적으로 다루어 왔다’고 지적하면서 희귀한 자료와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제1부와 2부에서는 근세 초와 비교를 위해 약 천 년 동안의 서양 중세를 개관한다. 황제와 교황의 격렬한 대립, 황제군의 교황청 약탈 및 교황 감금, 이로 인해 황제와 교황 중심의 기독교 이상국가를 지상에 실현하려던 꿈의 최종적인 와해와 인본주의적 그리스·로마 문화를 재생하려는 르네상스·휴머니즘 운동의 출현 등을 다루었다. 아울러 서양사의 시대구분 이론의 등장 배경과 대표적인 5개 시대구분 이론을 개관했다.
제3부와 4부에서는 근세 초 서양 여러 나라에 새롭게 등장한 왕과 문화를 다룬다. 영국과 프랑스 간 백년전쟁 후 강력한 통일국가가 된 프랑스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스페인과 합스부르크가 신성로마제국 간 이중 국제 정략결혼과 서양에서 두 번째로 위대하다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의 어머니 후아나 1세의 슬픈 사랑 이야기, 헨리 8세·피의 메리 여왕·엘리자베스 1세의 치적과 크롬웰 치하 영국의 정치 상황과 절대군주 찰스 1세의 처형, 올리버 크롬웰의 영국 국민의 선민사상(選民思想)과 왕정복고 등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제5부에서는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신학적 이유(이것이 후일 개신교의 교리가 됨)와 교황과의 대립과 충돌, 「95개조 반박문」의 비텐베르크 성문 부착 여부, 종교개혁의 여파로 1년 내 독일·오스트리아 농민 10만 명이 죽은 농민전쟁, 가톨릭을 보호하고 루터에 대항하기 위해 루터와 그 추종자들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박탈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전하는 황제 카를 5세의 처량한 성명서, 19세 나이로 신성로마제국 황제(Karl Ⅴ)가 된 합스부르크가의 카를이 16세에 스페인 왕이 되어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를 차지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세우게 된 과정과 황제 카를 5세에게 끼친 에라스뮈스와 마키아벨리의 상반된 정치 이론 등을 다룬다. 이 외에도 유럽 본토 3개국(스위스·프랑스·네덜란드)의 종교개혁에 대해서 간략히 기술하고, 종교개혁에 많은 공헌을 한 이냐시오 데 로욜라와 함께 가톨릭의 종교개혁과 트리엔트 공의회의 교의(敎義)의 최종 결정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오랫동안 서양사를 연구하고 강의해온 학자이자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저자는 이 책이 서양의 중세에서 근세 초로 넘어가는 특징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