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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

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

  • 레오노르 드 레콩도
  • |
  • 뮤진트리
  • |
  • 2021-05-04 출간
  • |
  • 160페이지
  • |
  • 118 X 188 mm
  • |
  • ISBN 9791161110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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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스페인 톨레도의 ‘엘 그레코 미술관’.
도메니코스를 만나기에 얼마나 좋은 장소인가?

한여름, 유럽에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여섯 권의 소설을 펴낸 저자 레오노르 드 레콩도는 파리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한다. 마드리드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톨레도에 도착한 후에는 성당 두 곳을 들르고 바쁘게 도시를 탐색한다. 그리고 밤 11시, 드디어 도메니코스를 만나러 엘 그레코 미술관에 도착한다. 그가 올지 확신할 순 없으나 그녀는 그곳에서 그를 만날 것을 열렬히 소망해왔다. 오늘이 바로 그날, 그녀는 그곳에서 그를 기다릴 것이다. 그의 그림들 속에서.

프랑스 스톡출판사는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 중 하나로 스페인의 고도 톨레도에 있는 엘 그레코 미술관을 선정했다. 오늘 그와 하룻밤을 보낼 작가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작가 레오노르 드 레콩도이다. 그녀는 파리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는 스페인 태생의 화가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바스크 지방이 프랑코의 수중에 떨어지자 그녀의 아버지에게 스페인은 버려진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스페인은 여전히 절반의 조국이다.
그녀의 부모는 레오노르가 어릴 때부터 그녀를 온갖 미술관에 데리고 다녔다. 엘 그레코를 비롯해 벨라스케스 그리고 고야라는 하늘 높이 빛나는 스페인 화가 3인방의 그림들은 수도 없이 그녀의 눈을 스쳐 가거나 때로는 그녀를 그 앞에 멈추게 했다.

색채의 화가이자 스페인파의 창시자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일명 엘 그레코는 16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541년 그리스 크레타섬 이라클리오에서 태어났다. 당시 크레타섬은 베네치아공화국 지배하에 있었다. 크레타에서 비잔틴 정교 전통에 따르는 이콘화 화가로 일했던 도미니코스는 스물다섯 살 무렵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념으로 베네치아로 떠난다. 크레타섬은 그가 재능을 펼치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는 고향을 떠날 필요가 있었다. 이제까지 걸치고 있던 그리스 방식을 버리고 라틴 방식을 익히고 싶었다. 당시의 베네치아는 모든 꿈이 향하는 도시였고 새로운 아테네이자 새로운 로마였다. 그러나 도미니코스는 베네치아에서 다시 로마를 거친 후 10년 만에 이탈리아를 떠나 에스파냐 톨레도로 향한다. 그의 재능을, 그의 새로운 기법을 알아봐 줄 사람들을 찾아. 도미니코스는 이렇게 해서 톨레도의 엘 그레코, 그리스 사람 화가가 되었다.

엘 그레코가 레오노르의 마음에 들어온 것은 오래전 소녀 시절의 일이다. 화가인 아버지와 디자이너인 어머니를 따라 미술관에 간 어느 날, 엘 그레코의 그림 한 점이 시큰둥하던 소녀의 마음을 건드렸다. 〈묵시록의 다섯 번째 봉인 개봉Apertura del Quinto Sello del Apocalipsis〉. 주위에 함께 걸려 있는 동시대의 다른 그림들과 확연히 분위기가 달랐던 그림, 고야나 에곤 실레나 피카소의 그림과 함께 걸려 있어도 충분히 어울릴 듯한 그림. 그 그림을 그린 이상하고 기묘하고 잘생긴, 그러나 뭐라고 묘사할 딱 들어맞는 형용사가 없어 보였던 화가, 엘 그레코.
그러나 그 화가가 다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였다. 어느 날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에서 연필로 모사한 그림 한 점을 보게 되었던 것. 소년 시절부터 가족의 척박한 농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책이라고 구한 사전을 열심히 보고 그 사전에 있는 그림들을 모사하곤 했는데, 그중 엘 그레코의 그림이 있었다. 사전 속 그림들을 연필로 모사하며 화가로의 걸음을 조금씩 내디뎠을 소년. 그녀는 그 그림을 통해 아버지를 다시 느끼고, 언젠가 꼭 엘 그레코를 만나볼 것을 소망했다.

그의 작품들이 오롯이 보관된 ‘무세오 델 그레코’. 레오노르는 15년 전에도 이 미술관에 온 적이 있다. 2014년 화가 서거 400주년을 맞아 정원과 이어지는 정문이 새로 단장되었고 조금 더 멋스러워졌다. 예전에는 미술관 입구가 유대인 구역 골목길에 면해 있었고, 정문도 작은 편이어서 누군가의 집으로 초대받아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배낭에 슬리퍼 차림으로, 그냥 편하게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밤이 되었는데도 날씨는 대낮처럼 탈 듯이 뜨겁다.

크레타 섬을 떠나며 버려야 했던 것들
레오노르는 엘 그레코의 작품 대부분이 전시된 위층으로 곧장 올라간다. 그녀를 처음 맞이하는 것은 열두 명의 사도를 그린 초상화이다. 그들은 도메니코스에 관한 많은 것들을 말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녀는 넓은 전시실 바닥에 가만히 누워 어린 도메니코스를 추억한다.
햇살이 따가운 크레타의 올리브나무들 사이를 뛰어가는 도메니코스, 16세기 중반, 그가 그 시대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항구 근처에서 물고기 몇 마리를 잡은 도메니코스는 정어리 열두 마리가 담긴 버들가지 바구니를 들고 집을 향해 뛰어가다 오솔길에서 살모사와 맞닥뜨린다. 순간 살모사는 요동을 치더니 갑자기 메두사가 되었다. 그는 공포로 얼어붙었다. 있는 힘껏 달렸다. 덤불 속을 얼마나 달렸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그마한 교회가 보였다. 교회로 몸을 피한 그는 두 무릎 사이에 머리를 숨기고 안도했다. 그야말로 죽음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기분이었다. 어떤 소리가 들렸다. 목청 높여 노래하는 남자들의 목소리였다. 후에 톨레도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걸어다닐 때도 그는 그 시절의 크레타섬을 그리워했다. 그때의 살모사가 그를 발가벗겼고, 그날의 음악이 자신을 꿰뚫었다고 회상했다.

베네치아에서 화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엘 그레코는 그가 원했던 에스파냐 펠리페 2세의 궁중화가가 되었으나 펠리페 2세는 그의 화풍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는 주로 종교화와 초상화를 그렸고 회색빛 명암과 색채, 인체를 비정상적으로 길쭉하고 뒤틀리게 묘사하는 방식은 당시 스페인에서는 매너리즘 미술로 평가절하되었다. 그는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만 그려내는 대신 종교적 열망과 희열을 표현하기 위해 형태를 왜곡된 모습으로 그렸다. 마치 천상을 향해 열망하는 지극한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런 화풍은 그의 사후에도 오랫동안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19세기 이후 재평가되어 폴 세잔을 비롯한 여러 화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특히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가 등장하면서 그는 미술사에서 신기원을 이룬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레오노르는 그림이 없는 벽면에 등을 기대고 앉아 도메니코스의 청년 시절을 추억한다. 그가 크레타 섬을 떠날 때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들, 가족, 부모와 형제들과 함께 살던 집, 그리고 그가 결국 버린 것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아리아나. 그는 쫓겨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도망 나왔다. 그곳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 더이상 이콘화 화가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 이상을 원했다. 크레타를 떠난 지 한 달 만에 아리아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은 도메니코스는 이제 자신이 그 섬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가 오로지 그 자신일 수 있었던 곳
신발을 벗은 채 어두운 전시실 안을 서성거리다 레오노르는 안쪽 벽에 걸려있는 도메니코스의 아들 모습을 보게 되었다. 호르헤 마누엘, 도메니코스가 말년에 그린 〈톨레도 조망과 지도〉 안에 그려져 있다. 그도 화가였고, 아버지와 함께 작업을 했다. 톨레도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었던 헤로니마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헤로니마는 아들 호르헤를 낳은 뒤 며칠 만에 산통으로 죽었다. 도메니코스는 그림에 아들의 모습을 자주 그려 넣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에도 아들을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그려 넣었다. 호르헤가 태어난 해에 그린 그림이다.
레오노르는 호르헤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도메니코스에게 묻는다. 혹시 그 아이의 엄마를 남몰래 그림 속에 그려 넣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고. 그러나 도메니코스는 삶에서 아리아나나 헤로니마의 흔적을 전혀 남겨놓지 않았다.

일흔 살의 도메니코스가 새벽에 자기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창문 옆 자기 의자에, 그가 자신의 은둔처로 여기는 그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다. 그는 가장 보잘것없는 도구인 분필이나 목탄으로 돌아간다. 그의 예술의 토대가 거기서, 명민한 단색의 윤곽선 끝에서 탄생했다. 그가 거짓말할 수 없는 곳, 그가 오로지 그 자신일 수 있는 곳이다. 색들의 기법, 기름과 안료로 이루어지는 그것들의 혼합, 화폭 위에서 그것들의 구체적인 두께가 정해지고, 그것들의 표현력이 권리를 잃는 곳. 그는 새벽의 고요함을 좋아한다. 그는 자주 호르헤 마누엘에게 말했다.
“나는 대단한 것을 배우지 못한, 그저 좋은 그림만 그리고 싶어하는 노인이야. 내일도 비슷하겠지. 아침 일찍 일어나 내 디세뇨 인테르노가 여전히 같은 곳에 있는지, 내가 거기로 피신할 수 있는지 확인할 거야. 호르헤 마누엘,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구나. 나는 너를 그곳에 데려가고 싶었어. 크레타 섬 언덕들의 잃어버린 땅 한구석에 나의 풍경이 있단다.”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 긴 기다림 끝에서 레오노르는 텅 빈 미술관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바흐를 연주한다. 자신에게 어둠으로부터의 교훈이 솟아오르도록, 준비하고 여행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선물해준 도메니코스를 위해. 미 아모르 도메니코스.


목차


011 미라쿨룸 문디
081 예르모
151 룩스 아에테르나
159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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