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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

어떤 그림

  • 존 버거,이브 버거
  • |
  • 열화당
  • |
  • 2021-06-01 출간
  • |
  • 112페이지
  • |
  • 140 X 220 mm
  • |
  • ISBN 9788930106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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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승부는 우리가 탁구를 치는 진짜 이유의 피상적인 결과일 뿐이었다. 우리를 움직이게 한 것은 우리 운을 어디까지 시험해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주고받는 과정을 얼마나 우아한 한 편의 연극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려는 의지였다. 물론 아주 드물었지만, 때때로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러면 모든 것이 착착 맞아떨어졌다. 그 리듬, 그 움직임과 몸짓, 그 타이밍,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나 조화로운 단 한 번의 연극이 되었다. 우리는 탁구를 칠 때와 똑같은 기쁨과 희망을 품고 그림을 다루었다.” ?2017년 1월, 이브 버거

편지가 된 그림
둘은 그림엽서에 인쇄되거나 화집에 실린 그림, 또는 직접 그린 드로잉을 병치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마치 한 장의 그림이 우리에게 남겨진 한 통의 편지인 것처럼, 그림끼리 서로 말을 건네는 것처럼 무대 위로 작품을 하나씩 올려놓는다. 존이 먼저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수태고지〉와 고야의 〈옷을 입은 마하〉, 고흐의 〈성경이 있는 정물〉을 등장시킨다. “성경과 여자는 초대장이야. 둘 다 깔개 위에 펼쳐져 있어. 둘이 그림 속 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이 얼마나 비슷한지 보렴. 공개적인 초대장이지!” 그러자 이브는 이를 육체와 내면이라는 주제로 받아 뜻밖의 그림을 꺼내든다. “카임 수틴이 속을 읽는 일에 얼마나 빠져 있었는지 보세요! 〈소의 사체〉도 펼친 책처럼 자신을 내놓고 있어요.” 이번엔 이브가 막스 베크만의 〈카니발 가면, 녹색, 보라 그리고 분홍〉을 보내자 존은 뒤러의 〈작은 올빼미〉를 바로 떠올린다. “뒤러의 〈작은 올빼미〉를 베크만이 그린 카니발 가면을 쓴 여자 옆에 두었더니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구나. 둘의 얼굴과 배가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것 같거든. 그리고 둘 다 하나의 종(種)을 보여주지. 저 녀석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올빼미이고, 저 여자는 카니발 가면을 쓴 모든 여자야!” 두 그림에서 본질적인 것, 변하지 않는 것을 담아내려 했던 화가의 의지, 확고한 형태를 얻기 위한 윤곽선과 검은색의 사용을 공통적으로 발견해낸 것이다. 그리고 베크만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덧없고 무상한 순간을 그렸던 코코슈카로 옮겨 간다.
이처럼 다음에 어떤 그림이 등장하게 될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즉흥적인 전개 사이사이, 예술과 세계에 관한 질문들을 무겁지 않게 툭툭 던져 놓는다. 내면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시간, 자연에 대한 사랑과 매혹, 세계를 측정하는 방식,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간극…. 그리고 자코메티와 셰르프벡, 푸생과 주탑, 사이 트웜블리와 조안 미첼, 콜드스트림과 보나르 등 그에 화답해 줄 화가들의 그림 사이를 자유로이 유영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복원
그림을 갖고 하는 놀이처럼 짧고 가볍게 주고받던 편지는 뒤로 갈수록 점점 길어지고, 예술의 본질, 화가의 소명과 같은 진지한 주제로 대화가 무르익는다. 과연 그림이란 무엇이며, 화가들은 왜 그림을 그리는 걸까? 존 버거는 우리가 속한 거대한 세계를 보여주려는 것이 예술이고, 그림은 이 수수께끼 같은 세계를 전해 주는 전령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몸짓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일깨워 주는데, 연대와 나눔의 행위를 통해 거대한 전체를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림이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 그림은 존재를 감싸는 원형질이며, 결국 그림이란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복원이라는 데까지 도달한다. 이브는 존의 예리한 통찰에 동의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복원’이 그림에게 부여된 무거운 짐이긴 하지만 동시에 화가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고 답한다. 경계 너머 보기, 외양을 뚫고 내면 보기, 시간을 그 뼛속까지 드러내려는 결심은, 일생의 헌신을 각오하게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끝내 충족시킬 수도 없지만 거부할 수도 없는 희망인 셈이다.

화가들의 신념과 희망
아직 젊은 화가로서 한창 작업을 해 나가야 하는 이브는 좀 더 구체적인 응답에 목말라 한다. 이십세기를 관통해 살았던 존 버거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에 관한 글을 남겼다. 이브는 미술관이나 책에서만 본 옛 화가들에 대해, 그들의 신념과 본보기가 무엇이었는지 존에게 묻는다. 화가인 그에게는 ‘작품’보다 그들이 보여준 ‘추진력’이 훨씬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존은 윌리엄 콜드스트림과 함께 모델을 앞에 놓고 나란히 그림을 그렸던 때를 떠올리며 그의 원동력은 ‘창조적인 의심’이었다고 확인해 준다. 동료로서 지켜본 스벤 블롬베리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그에게 그림은 ‘자연에 입맞춤하는 행위’였다고 말한다. 옛 화가들의 경험은 아버지의 증언을 통해 아들에게 전해지고 그 안에서 되살아나 이어진다.
이브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고 갈등한다. “이건 진리 또는 실재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어떻게 합의에 이를 수 있는가의 문제죠. 살기 위해서요.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살아 있기 위해서요.” 존은 이에 나름의 조언을 한다. “무엇이 도움이 될까? 아마도 ‘질문하기’겠지. 그리고 질문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야.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하나씩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거야. 질문하기의 역설은 질문하는 사람이 답을 찾거나 답과 마주 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에 있어. 일종의 신념이지.” 이십 년이 넘게 그림을 그려 온 이브는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쳐 마지막 편지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가끔 절망이 자라 희망을 누를 때, 제 의지가 눈앞의 현실을 직면하고 굴복할 때, 모든 야심이 깨지고 남은 하나는 완전히 바보 같을 때, 너무나 드물지만 이 모든 조건이 만났을 때, 그때 비로소 간직할 가치가 있는 그림이 깨어나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마법 같은 거예요.” 그리고 세상에 남겨질 가치가 있는 것은 어떤 그림인가를 알기 위해, 잠시 캔버스에서 벗어나 현실을 보는 새로운 눈을 찾아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름 없는 것들의 통역자
마지막 편지 뒤로 또 한 번의 대화가 계속된다. 2016년 존이 이브에게 그려준 야생 수영 잎사귀 드로잉을 계기로 둘은 각자 그린 그림을 교환해 보기로 하는데, 문자가 아닌 그림만으로 하는 대화다.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육십여 년에 걸친 드로잉 중 열여섯 장 즉 여덟 쌍의 그림을 골라 놓았다. 왼손과 오른손, 암소와 죽은 송아지, 이브의 갓난 아들과 마편초 꽃, 런던의 공사장 인부와 팔레스타인 난민 등이 양쪽에 놓여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넘어 조응한다. 이런 대화 방식은 존 버거가 생의 끝자락에 드로잉을 ‘말 없는 언어로 씌어진 텍스트’라고 여겼던 것과 연결되며, 글을 쓰거나 읽기가 쉽지 않아진 말년의 노구에겐 한결 편안한 말하기였으리라 짐작한다.
존 버거는 많은 글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옛 작가들이나 사상가들을 바로 옆에 있는 동지처럼 불러내곤 했다. 그에게 물리적인 부재는 문제되지 않는다. 이브 역시 사라지는 것은 이어지는 것에 비하면 아주 작다며,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몸은 사라졌어도 그가 남긴 작품, 그가 보여준 지향점과 강한 추진력은 남아 있고, 그의 생이 다른 생으로 이어져 갈라지고 뻗어나가는 모습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브 버거가 아버지의 사망 직후 이 편지와 그림들을 모아 책을 엮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평생 동안 ‘이름 없는 것들의 통역자’가 되고자 했던 존 버거의 마지막 시간들, 그리고 그의 생각들이 죽음 뒤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다시금 확신시켜 주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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