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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장례식

행복한 장례식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 |
  • 마르코폴로
  • |
  • 2022-12-22 출간
  • |
  • 244페이지
  • |
  • 148 X 210mm
  • |
  • ISBN 979119761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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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최후의 만찬과 희생 제의, 그리고 행복한 장례식
생활의 일상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을 차분한 시선으로 꾸준히 들여다보는 능력이 탁월한, ‘보통 사람’의 이야기 직조자로서 울리츠카야는 「소네치카, 1992」에서 고전에 뿌리내린 세계의 저력을,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 1996』에서 가족, 이산의 문제를 통해 신화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내보이며 구소련 몰락 이후 사회주의 리얼리즘 전통을 대체할 러시아 문학의 보편적 세계관을 향해 모험을 시작했고, 두 작품에 이어 발표한 장편이 바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러시아인들의 이야기 『행복한 장례식, 1997』이다. 이 작품은 10년 뒤 감독 블라디미르 포킨이 영화화했다. 주연 알렉산드르 압둘로프는 극 중 자신이 맡은 배역인 알릭처럼 몇 년 후 종양으로 세상을 떠나 배역이 배우에게 예언이 되었다.
작가가 훗날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두 아들은 십 년간 미국에 살았고 작가는 매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일정 기간 미국에 머물며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 즉 러시아 이민자 사회에서 그들이 관계 맺는 방식과 그들의 운명이 나아가는 방향을 관찰했다. 그렇게 쓰인 소설이 『행복한 장례식』이다. 소설은 별도의 소제목 없이 1부터 21까지의 장면 번호로만 구분되어 있다. 이야기는 더운 날, 죽어가는 알릭과 급격히 마비되어가는 그의 무력한 몸을 둘러싸고 있는 거의 벌거벗은 여자들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 그 여자들은 그가 사랑했거나 그를 사랑했거나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 모두 그를 돌보기를 자처한다. 알릭은 누구라도 그를 아는 사람이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을 가진 남자다. 그의 아파트는 집이면서 집이 아닌 곳이다.
“그들이 사는 집은 그저 지나다니는 통로 같은 곳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로 붐볐는데 밤에도 누군가는 꼭 남아있었다. 파티라면 몰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기는 불가능한 장소였다. 다락 창고를 개조한 곳으로, 합판 칸막이로 끝 쪽을 막아 작은 부엌, 화장실과 샤워실, 손톱만 한 창문을 낸 침실을 구분했다. 조명이 두 개 달린 커다란 작업실도 있었다.”
울리츠카야는 코뮤날카(공동주택)의 18제곱미터짜리 방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유년의 기억을 가졌다. 건물 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주민들과 사귐을 가졌던 기억도. 그러니까 이 창고 같은 건물 꼭대기 알릭의 작업실 또한 작가가 상상하는 러시아적 소통의 핵심 장소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여자 중에 핵심적인 인물은 이리나다. 소련에서 서커스 단원이었고 이주해온 미국에서 이제 막 날개를 달기 시작한 변호사다. 자폐 장애를 가진 딸이 하나 있고 알릭과는 소련에 있을 때 연인 관계였다. 지금 알릭의 아내는 니나다. 소련 정보국 고위층의 딸이지만 알릭을 뒤쫓아 무작정 미국행을 택했다. 심신이 미약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있다. 또 다른 사람은 발렌티나다. 수년 전 샌드위치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 알코올 중독에 빠진 니나가 잠든 새벽부터 오전 시간에 걸쳐 알릭이 불륜 관계를 맺어 온 여자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이 알릭의 아파트를 찾아온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알릭의 친구들과 집주인, 정교회 신부, 유대교 랍비가 등장한다.
알릭은 기적을 베푼다. 5살 때 자폐 장애를 진단받은 15세 소녀 마이카는 알릭을 만나 자폐 증세가 사라진다. 별다른 치료법이 드러나지 않는 ‘대면’으로 일어난 일이므로 기적이라 할 만하다. 혹은, 현대 서구 의학이 지니는 증상 억제 위주의 치료법에 대비되는 러시아적 관계 맺기와 공동체적 우애가 강조되기도 한다. 그의 죽음을 앞두고 정교 사제와 유대교 랍비를 소환시킴으로써 두 종교 지도자는 각자의 신념을 변론한다. 그의 육신은 미국에 닿아 진정 이방인의 지위를 획득했으며 죽음에 이르러 정교도도 유대교인도 될 수 없는, 러시아인이지만 더 이상 러시아인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알릭은 두 종교 지도자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화되며 반대로 그 둘도 알릭의 존재로 인해 그간 알지 못했던 세상을 본다. 알릭에게 아직 마비가 찾아오지 않았을 때 그가 몰두했던 주제는 최후의 만찬이다(그의 그림에는 열두 제자 대신 열두 개의 석류가 식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상에 적응할 수 없는 태생적 보헤미안인 알릭은 주변의 희생에 철저히 기대어 살아간다. 알릭의 아파트를 찾는 친구들은 돌아가며 집세나 통신비를 대신 지급한다.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도 경제적으로 유능하지 못했지만, 마비가 찾아온 이후로는 경제 활동을 아예 멈춘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위해 제공하는 ‘일용할 양식’에 대해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니나는 마리아이자 라헬이고, 이리나는 마르타이자 레아다.
미국이 개인에게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는 빚에 대한 비유인 곰팡이 비유를 살펴보자. 새 땅에서의 적응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두 의사 피마와 베르만에 대한 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업은 잘 돌아갔고, 성장해 가면서 더욱 추진력을 얻었지만, 모든 소득은 이 나라에서 습기 찬 벽에 곰팡이 피듯, 눈 깜짝할 사이 저도 모르게 불어나는 대출 이자를 갚는 데 사용되었다.
베르만의 빚은 사십만 달러 이상 되었지만, 피르마의 빚은 사백 달러였다. 미국식 논리로 말하자면, 한 사람은 번영했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들은 둘 다 낡아빠진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싼 음식을 먹기도 매한가지였다. 유일한 차이점으로 귀결되는 것은, 베르만에게 의사 신분에 어울리는 품위 있는 양복 세 벌이 있다면, 피마는 거지 같은 옷을 걸치고 다닌다는 정도였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올라타지 못한 피르마와 어느 정도 속도감을 가지고 적응해 가는 베르만은 습기 찬 벽 속 곰팡이처럼 크고 작은 빚을 떠안고 산다. 그런데 생활 감각이 전혀 없는 알릭만은 친구들의 능력에 기생해 살며 소득도 없지만 곰팡이 즉 빚도 없다. 알릭의 정신적 탐색과 미심쩍은 매력은 불가사의한 러시아 정신의 일부로 해석될 수 있을지언정 곰팡이 피는 자본주의적 현실의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 그러니 “시끄럽고 무질서한 소굴”에서 그는 석류를 그리다 석류 꼭지를 뽑고 죽어간다(석류와 수류탄은 어원이 같다).
환청과 환상에 시달리는 알릭의 마지막 시간 묘사가 흥미롭다. 현상에 대한 작가의 자연과학적 분석이 탄탄하게 뒷받침된 가운데 떠나온 세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을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그를 사후 세계로 손짓해 부르는 주요 인물은 학창 시절 물리학 선생이었던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다. 울리츠카야는 인터뷰에서 10살 때 자신을 가르친 안토니나 보그다노바 선생을 떠올린다.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한 이후 선생은 “모든 민족은 훌륭하다.”라고 말했다고 울리츠카야는 기억한다. 어린 울리츠카야에게는 이전까지 익숙하던 “평등하다”가 아니라 “훌륭하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고 한다. 이것은 작가가 ‘관제 전통’이 아닌 실제 전통으로 삼은 명제다.
「소네치카」에서 지금은 잊혔으나 한때는 전설적인 화가였던 로베르트 빅토로비치는 간략하게 요약되는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뒷배경으로 사라지고 이 모든 일의 관찰자이며 인내하고 수용하는 삶을 산 소네치카가 과거를 전하고 현재를 살며 내일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으로 남은 것처럼, 『행복한 장례식』에서 비범한 재능과 주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간적인 매력에도 불구하고 방만하고 무책임한 삶의 태도를 보이는 알릭도 뉴스 화면으로 전해지는 쿠데타 소식과 함께 세상을 등지는데, 이 모든 일의 보호자가 되고 궁극적으로 주변을 화해로 이끄는 인물은 이리나다. 울리츠카야가 개인과 역사의 서사를 통해 탐구하는 것은 용서와 화합의 가능성이다.
결국 알릭의 죽음은 미국인과 러시아인, 유대인과 기독교인, 부자와 가난한 자, 흑인과 백인을 한자리로 불러 모은다. 약초를 이용한 러시아식 민간요법이 미국의 최신 핵의학과 대비되고 볼리비아 원주민의 제의적 음악과 흑인 음악에 기초한 재즈가 맨해튼 곳곳을 배경으로 들려지다가 민속학을 연구했던 발렌티나를 통해 러시아 민요로 마무리된다. 울리츠카야의 ‘전통’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리나의 각성으로 윤곽을 드러낸다.
“‘과거는 이미 끝났고 바꿀 수도 없다. 그러나 과거가 미래에 대한 권리를 갖지는 못한다.’ 그녀는 그런 경우 이렇게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바꿀 수 없는 그녀의 과거가 그녀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도, 과거의 삶에 대해서도 이리나는 알릭과 대화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 티셔츠가 알릭이나 그의 친구들과 그토록 쉽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니. 그들 중 누구도 이 소녀가 그토록 복잡한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이리나는 무엇이 자신을 이 시끄럽고 무질서한 알릭의 소굴에 벌써 이 년째 시간 날 때마다 오게 하는지 자신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고통 가운데서도 인내하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온 이리나에게 결국은 알릭의 유산이 계승된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배경이 맨해튼인 만큼 성적인 묘사나 욕설이 속속 등장한다. 전작인 「소네치카」의 자연주의적인 묘사에 호감을 느낀 독자라면 당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련은 무너졌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적 미학을 대체할 전통의 기반을 찾던 울리츠카야는 정신착란 직전까지 가 있던 자신의 러시아를 자본주의가 활동하는 최전선인 맨해튼으로 데려가 러시아 정신을 고민한다. 발표 당시 서구에서 러시아 정신을 난잡하고 미덥지 않고 무책임한 것의 총체로 여길까 봐 불편해하던 러시아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민 사회를 배경으로 그가 보여주는 러시아 정신은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것이 아니다. "고통"을 직시하는 것으로 출발해 고난받는 존재들을 보듬는 능력이다. 이는 피마를 통해 고백 된다.
“이 나라는 고통을 증오했다. 고통을 존재론적으로 거부하고, 즉각적인 근절이 요구되는 특별한 경우 정도로만 여겼다. 고통을 부정하는 이 젊은 국가는, 철학, 심리학, 의학 집단이 총체적으로 단일한 직무에 종사하도록 만들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임무였다. 피마의 러시아적 두뇌에는 이러한 이념이 자리 잡기 힘들었다. 그를 키운 토양은 고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으며 심지어 그것을 자양분으로 삼았다. 고통 속에서 인간은 성장하고 성숙하고 현명해졌다.”
소설의 상당 부분이 유대교와 기독교의 입장을 제시하고 화해의 장을 마련하려는 초대에 할애되었다. 여기서 주제를 발전시켜 홀로코스트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간의 화해의 필요성을 다룬 본격적인 소설이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종교는 독단적 교의와 권위를 강요하지 않고 신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삶 속에 녹아든 종교다.
풍부한 어휘력에 묻어나는 유머 감각과 러시아인의 범주에 속한 수많은 인종과 민족이 전통으로 삼는 문화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능력은 울리츠카야만의 미덕이겠다. 이는 번역자로서 흥미로운 지점이면서 고민의 지점이 되기도 했다. 러시아어 인명을 포함한 고유명사가 지니는 낯섦과 러시아 정교, 유대교 교리와 제의적 특성을 설명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긴 각주가 붙은 점도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게 되는 대목이다.

2022년 7월 옮긴이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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