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윤리학 탄생과 성숙의 역사를 집대성하다
칸트는 자신의 도덕철학을 어떻게 완성하였나?
도덕철학사의 기념비적 고전《근대 도덕철학의 역사: 자율의 발명》은 방대한 서양 근대 윤리학의 역사를 한 편으로 엮어낸 역작이다. 칸트 윤리학의 중심 개념인 ‘자율’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추적하며 근대의 여명기부터 성숙기에 이르는 근대 도덕철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조명하였다. 다른 윤리학 연구에서는 만나기 힘든 해링턴, 컴벌랜드, 라이프니츠 등을 원전 중심으로 날카롭게 분석하였고, 철학자를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와 함께 이해해야 함을 보여 줌으로써 철학 연구의 주변부로 취급되던 철학사의 필수성을 증명하였다. “비교대상이 없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책은 영미권 모든 대학의 근대 윤리학 강의에서 필수 참고문헌으로 손꼽히는 핵심적 고전이다.
방대한 서양 근대 윤리학의 역사를 한 편의 저술로 집대성하다
제롬 B. 슈니윈드의《근대 도덕철학의 역사: 자율의 발명》은 도덕철학사의 기념비적 고전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근대의 시작점부터 칸트에 이르는 방대한 서양 근대 윤리학사의 지도를 완성했다. 역자인 김성호 교수는 “차례만 보면 누구든지 이 저서가 … 일반적인 윤리학사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는 수많은 도덕 이론을 소개함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윤리학사에 기여했지만 오늘날 주목받지 않아 다른 윤리학 연구에서 접하기 힘든 여러 인물, 즉 컴벌랜드, 토마지우스, 위치코트 등을 흄, 루소와 같은 유명 철학자와 함께 다루며 논의의 지평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피상적, 단편적 분석이 아닌 깊이 있고 철저한 원전 독해를 통해 각 철학자가 품은 윤리적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대답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함으로써 남다른 깊이의 관점을 제시했다. “근대 윤리학사 연구 중 비교대상이 없는 걸작”, “기념비적 저술로서 누구의 상상과 기대라도 넘어선다”는《근대 도덕철학의 역사》를 향한 찬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근대 윤리학의 탄생부터 칸트의 윤리학까지 체계적인 역사 분석을 완성하다
슈니윈드는 칸트가 자신의 윤리학을 통해 대답하고자 한 질문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그가 서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위대한 철학적 질문은 본질적으로 철학 내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의 흐름과 시대적인 사회, 정치, 종교, 경제, 삶의 영역과 연결된 진지한 고민으로부터 등장한다. 종교적 권위가 무너지고 정치, 사회, 과학이 급격히 발전한 근대 여명기는 도덕이라는 측면에서도 격변기였다. 철학자들은 신의 도덕을 대신할 인간의 도덕을 찾아야 했다.《근대 도덕철학의 역사》는 이러한 배경에서 펼쳐진 윤리학적 담론과 논쟁, 시대적 질문이 어떻게 칸트의 도덕철학을 탄생시켰는지 추적해 나간다.
1부는 근대 초, 종교의 도덕적 절대성이 상실되며 만연해진 회의주의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자연법 이론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2부는 완벽한 윤리적 기초를 놓는 데에 실패한 자연법 이론의 대안으로서 ‘완성주의’를 제시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3부는 ‘완성주의’와 윤리학에 잔재한 신의 자취를 지우려는 시도를 다룬다. 마지막 4부에서는 칸트의 ‘자율’에까지 이르는, 인간의 의지로부터 세워지는 도덕질서를 조명한다. 각 부와 장에서는 각자의 시대에 대두된 문제의식에 대답하려 몸부림친 철학자들의 지적 사투와 역사적 논쟁의 전개 양상이 저자의 탁월한 분석을 통해 생생히 드러난다. 이로써 도덕철학은 박제된 이론의 진열장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부딪혀야 할 근원적 문답으로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철학 탐구에서 외면되어 온 철학사 연구를 새롭게 조명한 명저
시대를 넘어 공유되는 하나의 근원적 문제의식이 존재한다고 믿는 철학 사조 때문에 철학적 주제를 역사적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지금도 여러 연구자가 과거의 철학적 개념을 오늘날의 언어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슈니윈드는 현대가 아닌 사상가가 살았던 당대의 관점과 언어, 문제의식을 전제해야만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체계적, 집중적인 철학사 연구가 절실한 것이다.
《근대 도덕철학의 역사》는 철학의 부속물처럼 여겨지던 철학사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의 저술은 ‘철학의 역사는 그 자체로 철학’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 주며 철학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오늘날에는 점차 많은 학자들이 철학을 바로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길라잡이로서 철학사를 재인식하고 있다. 역사적 연구란 오늘날에는 낡아 버린 옛 사상을 연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의 인식과 관점이 역사를 통해 형성된 것임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 속에서 마주친 문제의식과 씨름한 역사 속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지금의 세상을 올바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윤리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각 이론을 더욱 입체적, 체계적으로 이해할 토대를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선택과 삶의 기로에 선 우리에게 필요한 강력한 영감을 던져 줄 것이다.